한·미동맹 흔들리는 사이 미·일 밀착...자위대, 미군 방호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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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우방 등 다른 나라가 공격받았을 경우 무력으로 보호할 수 있는 권한) 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전보장관련법이 시행된 이후, 자위대가 미군의 군함이나 항공기를 지키는 ‘무기 등 방호’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미군 '무기 등 방호' 16건 #이 중 3건은 훈련 아닌 실제 임무 #안보법 통과 후 미ㆍ일 일체화 심화

29일 도쿄신문이 안전법 통과 3년을 맞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보법이 실제 발효된 2016년엔 단 한 건도 없던 미군 방호 건수는 2017년 2건, 2018년 16건으로 크게 늘었다. 한 해 사이에 무려 8배나 늘어난 수치다.

또 2018년엔 이뤄진 16건 가운데 3건은, 처음으로 합동훈련이 아닌 실제 탄도미사일 경계 임무 중 미군함을 방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활동내용은 “미군의 부대운용에 직결된다”는 이유로 공표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동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017년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동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모습,[AP=연합뉴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화안전법제(안보법)에 의해 미·일동맹은 보다 확고해졌으며, 억지력, 대처력도 향상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방호 건수가 재작년 2건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상당한 횟수로 늘었는데, 동맹의 억지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군비증강을 가속화하는 중국, 핵미사일 개발을 진행중인 북한을 염두에 두고, 미군과 더욱 밀착해 억지력을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자위대 통합막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일동맹이 심화·강화됐다. 우리가 미군을 지킬 수 있는 체제가 됐다”면서 안보법의 의의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8일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 육군이 홋카이도(北海道) 히가시치토세(東千歲)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미사일과 사이버 공격에 대응한 대규모 도상훈련(지도를 이용한 훈련) '야마사쿠라'를 실시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8일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 육군이 홋카이도(北海道) 히가시치토세(東千歲)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미사일과 사이버 공격에 대응한 대규모 도상훈련(지도를 이용한 훈련) '야마사쿠라'를 실시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안보법에 신설된 자위대의 임무 가운데 미군함정이나 항공기의 방호, 물품ㆍ역무 제공은 이미 실시되고 있다. 남수단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육상자위대 부대에는 ‘현지 경호(유엔사령부 요청을 받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엔이나 NGO 직원, 타국 병사를 구출하는 임무)’ 임무가 부여됐으나, 실제 이뤄진 장면은 없었다.

다만 미군과 밀착이 진행되면, 미국과 다른 국가의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일본이 이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나기사와 교지(柳澤協二) 전 내각관방 부(副)장관보는 도쿄신문 기고문을 통해 "미 해군의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작전'으로 중국과 미국 함정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안전하게 보이는 미 군함 보호 임무가 미·중 함정 간 교전사태로 발전하면 자위대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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