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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겁내는 F-35A 오늘 온다···한국 이젠 스텔스기 보유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공군이 스텔스 전투기 시대를 열었다. 5세대 스텔스기 전투기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가 29일 처음 한국에 도착하면서다. 그러나 전력화 행사를 놓고는 군 당국의 고민이 깊다. 한·미와 냉각기를 가지려는 북한이 스텔스기 도입에 반발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F-35A 2대 오늘 오후 청주 공군기지 도착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공군이 미국에서 인수한 F-35A 2대가 이날 오후 2시 충북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한다. 한국 공군이 도입키로한 40대중 첫 인도분이다. 미측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은 이들 스텔스기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루크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공중 급유를 받으며 운반됐다. 군 관계자는 “운송까지는 미 공군이 맡는다”며 “이날 들어오는 기체의 태극마크 도장 부분에 미 공군 마크 스티커가 부착돼있는 건 미 공군 조종사가 조종하는 항공기엔 미 상징물이 부착돼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 공군은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록히드마틴사 최종 조립공장에서 F-35A 1호 출고식을 가졌고, 같은 해 말까지 6대를 현지에서 인수했다. 2014년 약 7조4000억원을 들여 F-35A 40대를 미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한 한국은 2021년까지 이를 모두 전력화할 방침이다.

우리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F-35A 2대가 29일 오후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한다. [방위사업청 제공]

우리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F-35A 2대가 29일 오후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한다. [방위사업청 제공]

그동안 공군은 스텔스기 도입 일정에 맞춰 준비를 착실히 진행했다. 2017년 말부터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미국으로 파견돼 비행훈련을 받고 있고, 지난해 7월에는 루크 기지에서 처음으로 단독비행 훈련을 했다. 군 관계자는 “훈련 받은 공군 조종사들은 스텔스기가 본격 전력화하는 4~5월부터 한국에서 스텔스기를 조종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F-35A 도입으로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 스텔스기 보유국이 됐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호주, 일본, 중국에 이어 9번째로 본토에 자국 스텔스기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에서 작은 벌레 정도 크기로 탐지된다. 레이더를 무력화해 적 후방에 깊숙이 침투한 뒤 타격이 가능하다. 최대속도는 마하 1.8, 항속거리가 2200㎞에 이르는 데다 8t 이상의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등을 장착하고 있어 공격력도 뛰어나다. 북한의 핵 위협은 물론 최근 스텔스기 전력에 공을 들이는 중국과 일본에도 견제 효과가 기대된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F-35A를 첫 실전 배치했고 2020년까지 F35A 총 4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2월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J-20을 산둥반도에 배치했다.

역사적인 스텔스기 도입이지만 군 당국은 도입 행사와 전력화 행사 등 향후 일정을 ‘로키(low-key)’ 기조로 진행할 방침이다. 북·미 냉각기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한국 입장에선 북한 반발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스텔스기의 경우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평양의 주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로 꼽힌다. 지난해 3월 1호기 출고식에서도 북한은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스텔스기 도입을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군 당국은 출고식을 국방부 장관과 차관이 불참하는 로키 행사로 진행하려다가 국내는 물론 미국 내 비판 여론에 서주석 차관의 참석을 뒤늦게 결정하기도 했다.

이날 도입 행사도 청주 공군기지 비행단장 주관으로 열렸고, 공군참모총장은 다른 일정을 겸해 자리를 함께 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공군 관계자는 “당초 공군참모총장이 참석하기로 한 청주기지의 전력화 현장점검이 지난 27일에서 오늘(29일)로 연기됐다”며 “자연스럽게 오늘 도입 행사에 공군참모총장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력화 행사는 5월쯤 장관 주재의 내부 행사로 열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통령의 참석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30일 공중급유기 KC-330 전력화 행사와 비슷한 기조다. 한 예비역 장성은 “F-35A는 7조원대의 예산이나 의미, 배치까지의 과정을 감안하면 전력화 행사가 대규모로 진행될 만하다”며 “대외 정세는 이해하지만 소규모 행사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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