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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한국과 북한 비핵화 개념 달라"…과거 발언은 몸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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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북한과 한미 간)한반도 비핵화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326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326

김 후보자는 이날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한미군 철수와 하와이·괌의 전략무기 철수까지 주장하는 북한과 우리나라가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는 같이 쓰지만 생각은 다르다”고 지적하자 “개념이 다르다. 한미 양국은 그 부분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한국 정부가 북한 의도대로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으로 국제사회에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하자 “동감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초기엔 북한 폭침설에 의문을 제기하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돌변해서 폭침설을 수용했다”는 지적에 “학자의 입장은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과 김무성 의원 등은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 잠깐 소신을 위장하고 입장을 바꾼다. 오락가락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천안함 사건 9주기를 맞아 열린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대북 인식과 막말 논란이 주로 공격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가슴에 천안함 희생자 추모 배지를 달았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과거 ‘남한의 NLL(북방한계선) 고수가 철회되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중 총격 사망한 고(故) 박왕자 씨 사건은 통과의례’라고 했던 발언을 거론하며 “(북한의) 통일전선부장 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발언 취지가 잘못 알려졌다”고 말했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어떤 사고·의식을 가지고 (통과의례라는) 표현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고인 아들의 음성녹음을 청문회장에서 들려준 뒤 사과를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유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런 비극적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비극적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고 몸을 낮췄다. “천안함 폭침은 누구 소행인가”라고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묻자 김 후보자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됐다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가 SNS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추미애 민주당 의원에게 ‘군복 입고 쇼’‧‘감염된 좀비’ 등의 표현을 한 것을 두고도 “지식인이라 믿기지 않는다”(정진석 한국당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막말 논란이 지속되자 추 의원이 “일어나서 직접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해 김 후보자가 따랐다. 그는 “학자가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좁았다”며 “SNS상 표현을 깊이 반성한다. 앞으로는 언동을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326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326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 “기본적으로 핵과 경제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며 “북한의 직접적 경제 개발 전략을 비핵화 촉진 요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은 영변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은 연락사무소와 종전선언, 스냅백 조항 방식으로 제재 완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새로운 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의 해법으로는 “최근 정부가 (1~2번의 성과로 구축한 신뢰를 동력으로 최종 목표를 실현하는)‘조기 수확(early harvest) 프로그램’을 몇 단계 설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해법의 한 사례로 원자로와 연구 인력 등을 평화적으로 재배치하는 ‘협력적 위협 감소(Cooperative Threat Reduction‧CTR)’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8차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시인했고, 부인이 처제 명의로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한 ‘차명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구두 위임 계약”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당 외통위원들은 이날 오후 “장관이 되기 위해 손바닥 뒤집듯 소신을 뒤집고 있다. 대한민국 통일정책을 수립, 시행할 자격이 없는 김 후보자 스스로 자진사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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