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단횡단 걸려 신원조회···28년 만에 아들과 극적상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인계파출소에서 28년 만에 만난 모자. [사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인계파출소에서 28년 만에 만난 모자. [사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수원시 인계동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경찰에 적발돼 신원조회를 절차를 거친 60대 여성이 28년 만에 아들과 극적으로 상봉한 사연이 알려졌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2시 50분쯤 A(64)씨는 수원시 인계동의 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순찰을 돌던 경찰에 적발됐다. 가사도우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력사무소를 찾아다니던 중이었다. 운 없는 하루가 될 뻔 했지만 A씨는 이 일로 28년 전 헤어졌던 아들과 만나게 됐다.

A씨는 1992년 2월 집을 나와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당시 남편의 사업실패로 찾아온 경제적 위기와 이어진 남편의 죽음 등으로 조울증 증세를 보이던 A씨는 정신 치료를 받던 오산의 한 병원에서 퇴원한 뒤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가족들은 사라진 A씨를 찾기 위해 집 주변과 자주 찾던 곳, 지금은 사라진 지명인 '수원구'로 적힌 A씨의 옛 주소지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였다. 1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병원 기록 하나도 조회가 되지 않자 가족들은 A씨가 죽은 줄로 알고 체념하며 살아왔다.

A씨는 지금까지 입주 가사도우미 일을 해온 탓에 주소지가 자주 바뀌었다. 대부분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어색하게 가린 가발과 몇 개 남지 않은 치아, 깡마른 체구가 A씨의 고단했던 삶을 짐작하게 했다.

가족들이 자신을 찾고 있는 줄은 몰라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못했지만 매일 밤 잠들기 전 자식들의 안녕을 빌 정도로 가족들이 그리웠다고 A씨는 설명했다.

28년 만에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파출소에 도착한 60대 여성. [사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28년 만에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파출소에 도착한 60대 여성. [사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신원조회를 하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조은식 순경과 이영일 순경은 A씨를 파출소로 데려왔다. 인적 사항을 파악해 수원에 살고 있던 A씨 아들 B(40)씨를 찾아 곧바로 소식을 전했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처음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던 B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A씨의 목소리를 듣고서 한달음에 파출소로 달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28년 만에 만난 모자는 "그동안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냐"며 서로를 어루만지며 울먹였다.

B씨는 "얼마 전 수원으로 주거지를 옮겼는데 지척에 어머니가 계신 줄도 모르고 돌아가신 줄만 알았다"며 "어머니를 찾아 보호해주고 만남까지 주선해 준 경찰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