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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야당은 ‘팩트’로 의혹 파헤치고 청와대는 결과 승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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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 정부는 집권 초기엔 국회 인사청문회 전후로 후보들에게 문제점이 발견되면 내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언론과 야당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국회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후보를 장관에 앉힌 경우가 7명이나 된다. 장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최소한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도입된 제도가 국회 인사청문회다. 그러나 청와대의 인사 독주로 청문회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존폐 논의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장관 후보 필두로 3·8 개각 청문회 막 올라 #임명 강행 시 청문회 존재 이유에 의문 제기될 것

오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를 필두로 ‘3·8 개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7명의 장관 후보들에 대한 청문회가 줄줄이 열린다. 청와대와 여당은 후보들 모두가 큰 결격 사항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 정부 개각 때마다 제기된 후보들의 자질과 흠결 논란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후보들의 부동산 현황이나 소셜 미디어를 조금만 성의있게 들여다봤으면 잡아냈을 결격 사유들이 간과된 채 지명이 이뤄진 정황이 뚜렷하다.

우선 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는 ‘1가구 2주택자’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20년 넘게 살던 분당 아파트 집을 후보 지명 직전 딸 부부에게 증여한 뒤 그 집에 월세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더해 웃돈이 2억~4억원 붙었다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고, 전세 끼고 잠실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투자’로 10억원 차익을 얻은 의혹도 받고 있다. 투기 억제가 지상목표인 정부의 주택 총괄 부처 수장 감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도 부동산 재테크 실적이 남다르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350m 떨어진 재개발 주상복합 아파트 ‘딱지’를 2014년 구입해 2년 만에 16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고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는 2008년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박왕자 씨 피살사건을 ‘통과의례’라고 주장하는 등 북한에 편향된 발언을 여럿 해왔다. 여당 내에서조차 “부적격자”란 지적이 나온 상태다.

주택 4채를 보유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 역시 위장 전입과 장남 인턴 특혜, 차남 병역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도 본인은 병역, 아들은 채용 특혜에 휘말려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도 위장 전입과 두 딸의 고액 예금 형성 과정이 도마 위에 올라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는 종합소득세 2400만 원 지각 납부에다 장남의 이중 국적 및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여있다.

이런 각종 의혹 앞에서 국민들은 당혹스럽고 분노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팩트(사실)에 입각해 의혹들을  파헤치고 후보들은 거짓 없는 해명으로 진위를 가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려되는 건 청와대 기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후보 7명의 흠결이 상당하다”는 지적에 “사전에 다 알고 지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야당이 김연철 후보 지명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자 “복수 후보들 중 가장 나았다”고 했다.

이런 발언을 보면 문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도 청문회에서 무슨 결론이 나와도 임명을 밀어붙이겠다면 도대체 청문회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청와대는 국민 앞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