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는 올해 파병 10주년을 맞는다. 해군 대조영함(청해부대 29진)은 오는 29일 아덴만으로 출항한 뒤 현지에서 최영함(28진)과 임무를 교대한다. 청해부대는 지난 2009년 3월 최초 부대가 출항한 뒤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퇴치ㆍ선박호송ㆍ안전항해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자부심 #29일 대조영함 아덴만으로 출항 #해군 UDT/SEAL 막바지 훈련 구슬땀 #출항 다음 날 출산 예정일 장병 사연
청해부대가 그동안 쌓아온 성과는 화려하다.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과 한진 텐진호 선원 구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듬해 제미니호 피랍 선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선원 구출 작전에 투입되는 청해부대 검문검색대는 한국 최고 수준의 특수부대인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에서 파견된 대원들로 꾸려진다.
‘배틀그라운드’ 진해 기지에서 출항 준비에 나선 대조영함을 다녀왔다. 막바지 훈련 중인 특전단 훈련에도 참여해 봤다.
해군 특전단 훈련장에서 기초교육을 받았다. 대해적작전에 투입되는 대원들은 보통 고속단정(RIB : Rigid Inflatable Boat )을 타고 선박에 접근한 뒤 줄사다리를 걸고 올라간다. 이때 사용하는 줄사다리는 발 하나를 겨우 올려놓을 수 있는 매우 작은 크기다. 줄사다리는 바닥에 고정할 수 없어 앞뒤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동안 추락하지 않으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기자는 훈련장에서 비교적 쉬운 나무 사다리를 이용해 등반을 시도했지만 이조차도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대원들은 능숙한 실력으로 3층 높이를 성큼성큼 올라갔다. 청해부대와 아크부대 파병 경험이 있는 김○○ 중사(해군 특전단 대원)는 “무거운 장비를 메고 올라가는 능력을 키우려 산악 달리기도 한다”면서 “실전에서 최대 100㎏ 무게 장비를 메고 선박에 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속단정에 올랐다. 바다를 가르며 빠르게 이동했다. 해군 함정을 해적에 나포된 상선으로 가정해 훈련을 시작했다. RIB으로 은밀하게 접근한 뒤 훈련장에서 봤던 줄사다리를 올려 걸었다. 대원 한 명이 보트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줄사다리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파도에 보트가 크게 움직였다. 그 바람에 줄사다리를 오르던 대원은 공중에서 365도 회전을 하면서도 움찔하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에도 대원들은 능숙한 실력으로 나포된 상선에 빠르게 침투한다.
교두보를 마련했다. 가장 먼저 올라간 대원이 권총을 뽑아 주변을 경계한 뒤 자리 잡았다. 다른 대원들이 합류한 뒤 선박 수색을 시작했다. 기습 공격에 대비해 사방을 경계하며 이동했다. 숨어있던 해적이 언제 나타나 총구를 겨눌지 알 수 없다. 격실문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열고 꼼꼼하게 살펴봤다. 여러 가지 장비를 추가로 장착해 5㎏에 가까운 무거운 총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이는 훈련은 쉽지 않다. 해적이 숨을 만한 공간이 많이 보였다. 훈련이지만 어디선가 해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도 느껴졌다.
선장이 지휘하는 장소인 선교(해군 함정 함교)를 장악하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는 동안 들리는 소리는 ‘딸각’ 거리는 안전장치 레버 돌리는 작은 소리뿐이다. 총구를 겨눌 때는 단발 모드에 두고, 거둘 때는 안전 모드로 바꾼다. 오발사격을 방지하는 안전조치인데 실전뿐 아니라 훈련 중에도 같은 조건을 반복한다. 특히 선박이나 함정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오발 사고는 아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중사(해군 특전단 대원)는 “내가 다치면 다른 팀원에 피해가 된다”면서 “평소 선후배 대원들과 전술 훈련과 토의를 반복하면서 몸에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드디어 선교를 장악하고 해적을 끌어낸 뒤 수색했다. 실전에선 옷을 벗겨 살펴보기도 한다. 해적 몸수색과 손을 뒤로 묶을 때 기자는 옆에서 총구를 겨누고 경계했다. 해적이 돌발행동에 나설 경우에는 바로 제압해야 한다.
청해부대가 맡은 재외국민 보호 임무는 다양하다. 2014년 리비아 사태 때 지중해로 이동해 우리 국민 해상 탈출을 지원했고, 2015년 예멘 정세 악화 시기엔 함정에 예멘 대사관 임시사무소를 설치해 재외국민 보호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4월 가나 해상에서 피랍됐다가 구조된 우리 국민 3명을 호송하기도 했다.
아덴만 해역을 지나는 한국 국적 선박은 연간 400여척 수준이다. 여기엔 원유와 LNG 등 우리나라 전략물자도 포함돼 주ㆍ야간은 물론, 전ㆍ평시 언제라도 안전한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
청해부대는 비용절감에도 크게 기여한다. 선박이 해적 때문에 수에즈운하로 질러가지 않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서 이동하면 막대한 추가 비용(1만 톤급 컨테이너선 기준 70억원 정도)이 든다. 그러나 청해부대 보호 덕분에 우리 상선들은 수에즈운하를 통해 지중해에서 곧바로 인도양으로 진입할 수 있다.
청해(淸海)부대는 해상무역을 통해 통일신라를 부흥시켰던 장보고 대사가 완도에 설치한 해상무역 기지 '청해진'에서 따온 명칭이다. 청해부대 역할과 성과를 보면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 있다.
청해부대는 국내 기업이 만든 한국형(DDH-Ⅱ급) 구축함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임무를 맡는다. 구축함은 함정 길이 150mㆍ폭 17.4mㆍ깊이 7.3m 크기에 최대 속력은 시속 29노트(54km)까지 낸다. 여기에다 링스(Lynx) 헬리콥터 1대도 탑재해 구조 임무에 투입한다. 청해부대 파병에 나서는 함정은 평소 승조원 규모 200명보다 많은 장병 300명이 탑승한다. 승조원 외에 검문검색대원과 함정 경비 임무를 지원하는 해병대와 항공파견대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날 상급부대 회의에 참석한 함장을 제외한 모든 장병이 소매를 걷고 식자재를 옮겼다. 현장에선 이를 두고 ‘쌀날라’ 작전이라고 불렀다. ▶20kg짜리 쌀 700여 가마▶김치 6000여kg▶통조림ㆍ냉동육ㆍ음료수 1000여 박스 등을 함정에 실었다. 말단 수병부터 함장까지 모두 힘을 보태는 해군 전통이라고 한다. 파병 기간 식자재가 떨어지면 오만 '살랄라항' 등에 정박해 부족한 물자를 싣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외교활동에도 나선다.
해군 함정에서 만든 음식을 먹어봤다. 역시나 소문처럼 해군에는 다른 부대와 다른 ‘특혜’가 주어졌다. 거친 바다에서 잘 먹고 건강해야 임무 수행도 잘할 수 있어서다. 아덴만 해역까지는 왕복에만 2달이 걸리는 말 그대로 ‘이역만리’, 바다 건너 타향이다.
파병부대 장병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 허진용 상사(대조영함 갑판장)는 “가족과 떨어져 있고 연락을 자주 못 하는 게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이재희 중사(대조영함)는 “첫째 아이를 출산할 때 출동 중에 있어 못 봤는데, 이번에도 파병을 가게 돼 둘째를 볼 수 없게 됐다”면서 “출항하는 바로 다음 날(30일)이 출산 예정일”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 파병은 UN 안전보장이사회가 2008년 6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를 위해 무력 사용을 허용하고 국제협력을 강조해 이뤄졌다. 아덴만 현지에선 연합해군사령부를 비롯한 EUㆍ타국 해군과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청해부대 성과를 보면 2019년 2월까지 호송해준 선박은 총 2만1895척, 해적퇴치는 21회에 이른다. 허 상사는 “선박을 호송한 뒤에 국내외 상선으로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받을 때 자부심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청해부대 파병에 참여한 연인원은 8478명이다. 이 중 3회 이상 파병 다녀온 장병은 189명이나 된다. 이 중사(대조영함)는 “누구나 갈 수 있는 파병이 아니라 선택된 자만 갈 수 있다”며 “다녀올 수 있는 영광이 또다시 주어지면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중사(특전단)는 “저희는 항상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복무한다”면서 “청해부대에 10번 다녀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해=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강대석·정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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