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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배틀그라운드] 30kg 걸치고 14kg 방탄방패···'극한직업' 헌병 특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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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군 강력범 제압 훈련에서 헌병 특수임무대 대원이 사건 현장에 진입 후 수색에 나서고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지난 10일 군 강력범 제압 훈련에서 헌병 특수임무대 대원이 사건 현장에 진입 후 수색에 나서고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코드 S” “코드 S” 긴급 상황이 전달됐다. “특임대 전 병력 출동준비” 헌병 특수임무대(특임대) 대원들은 ‘흑복’으로 불리는 검은색 출동 복장을 착용하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무장 탈영병 4명이 인질극을 벌였기 때문이다. ‘강력사건’상황판에 불이 들어왔다. 지난 10일 군 강력범 제압을 가정해 실시한 특임대 훈련에 참여했다.

"탈영병 4명 제압, 인질 구출" 실전 훈련 #헌병 MC(모터사이클) 신속기동 #저격수 배치, 드론 띄워 정찰 #방탄방패 막고 은밀하게 침투

전천후 특수부대. 전·평시 언제나 임무에 돌입한다.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 범죄수사대 특수임무대는 과거 대테러 및 경호 임무를 수행하며 특별경호대로 불렸다. 이후 적 특작부대가 침투했을 때 타격 및 섬멸하는 기동타격 임무도 더하면서 특수임무대로 명칭을 바꿨다. 무장 탈영병과 같은 각종 군 강력범 제압도 특임대가 맡는다. 특임대원이 평소 체력과 사격, 특공무술은 기본이고 상황조치 훈련을 반복하는 이유다.

이날 훈련에 참여했던 기자는 훈련에 앞서 즉각조치사격 등 강력범 제압 기초교육을 받았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이날 훈련에 참여했던 기자는 훈련에 앞서 즉각조치사격 등 강력범 제압 기초교육을 받았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무기고를 향해 달려갔다. 소총과 권총을 집어 들었다. 기자는 이날 임무 투입 전에 즉각조치사격 훈련 등 강력범 제압 기초교육을 받았다. 훈련이지만 실전과 다름없다. 대원들과 함께 탄약을 수령한 뒤 작전 브리핑에 들어갔다.

특임대원 개인화기 K-1A 기관단총에 주ㆍ야간 조준경을 비롯한 다양한 부가 장비를 달았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특임대원 개인화기 K-1A 기관단총에 주ㆍ야간 조준경을 비롯한 다양한 부가 장비를 달았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상황은 심각했다. 특임대장 주호진 대위는 “탈영병 4명이 K-2 소총 2정과 5.56㎜ 보통탄 60발을 탈취 후, ‘계룡 문화 예술의 전당’을 점거했고 총기를 난사하며 시민 2명을 살해, 인질 30명을 억류한 ‘코드 S’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실 대형 모니터를 통해 문화회관 설계도와 작전 주요 내용을 확인했다. 특임대장은 “억류 중인 인원을 전원 안전하게 구출하고, 강력범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 사격해 제압하라”는 구체적인 임무를 내렸다.

출동에 앞선 작전 브리핑에서 상황실 대형 모니터를 통해 문화회관 설계도와 작전 주요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출동에 앞선 작전 브리핑에서 상황실 대형 모니터를 통해 문화회관 설계도와 작전 주요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이동한다. 탑승.” 기자는 이날 헌병 MC(모터사이클) 후미에 탑승했다. 헌병 MC 무게는 380kg이 넘는다. 이 때문에 MC를 다루는 승무헌병은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또한 5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면허시험을 통과해야 MC 운전면허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날 기자를 태우고 출동했던 장병은 탁월한 기술로 빠르고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했다.

신속한 이동이 관건이다. 중수단 특임대는 육ㆍ해ㆍ공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에 본부를 둔다. 여기서 4㎞ 떨어진 사건 현장까지 멈춤 없이 달려갔다. 헌병 기동대 MC 1대가 교차로마다 멈춰서 교통을 통제했다. 시민들은 긴급 호송작전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덕분에 시속 60㎞를 유지해 불과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특임대는 헌병 MC(모터사이클)와 작전 차량에 탑승해 이동했다. 헌병 기동대 MC 1대는 교차로 마자 멈춰서 교통을 통제하며 긴급 호송작전을 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특임대는 헌병 MC(모터사이클)와 작전 차량에 탑승해 이동했다. 헌병 기동대 MC 1대는 교차로 마자 멈춰서 교통을 통제하며 긴급 호송작전을 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문제는 역시 기자에게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MC를 타고 출동하는 특임대원이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직접 해보니 MC에 올라타기도 어려웠고 한 손으로 무거운 소총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기는 더 힘들었다. 특히 빠른 속도를 내면서 방향을 바꿀 때 MC에서 튕겨 나가는 건 아닌지, 소총과 권총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쌓여갔다.

사건 현장으로 가는 도중 평온한 일상이 보였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쏜살같이 달려가는 이곳 특임대와 달리 창문 넘어 저곳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시민들의 소중한 삶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하루 잠시 훈련에 참여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전부터 특임대원이었던 것처럼 굳게 다짐했다. 매일 임무에 나서는 특임대장 주 대위는 “국가안보를 지키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룡지구대 경찰과 엄사 119안전센터에서도 현장 통제와 부상자 구조 및 이송 임무를 공조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계룡지구대 경찰과 엄사 119안전센터에서도 현장 통제와 부상자 구조 및 이송 임무를 공조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유관기관 협조도 중요하다. 현장에 도착한 특임대는 우선 통제선부터 설치했다. 이때 계룡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도 특임대 작전이 문제없이 이뤄지도록 공조했다. 또한 엄사 119안전센터에서는 구급차와 소방차를 급파해 부상자 구조와 이송 임무에 대비했다.

중앙수사단 드론은 평소 군 범죄 수사에 쓰인다. 테러 및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정찰 역할을 맡는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중앙수사단 드론은 평소 군 범죄 수사에 쓰인다. 테러 및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정찰 역할을 맡는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저격조가 먼저 움직였다. 저격수와 관측수 각각 1명으로 꾸려진 저격조 대원 2명은 사건 현장이 잘 보이는 고지에서 주변 상황을 살폈다. 중수단에서 띄운 드론도 도움이 됐다. 드론은 평소 군 범죄 수사에 쓰인다. 절벽 아래 또는 붕괴한 장소와 같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을 조사한다.

테러 및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작전 현장에 투입돼 정찰하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군 헬리콥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특임대원 2명은 능숙한 레펠 실력으로 건물 옥상에 내려앉았다.

옥상에서 대기하던 대원이 밧줄을 타고 창문으로 은밀하게 들어간 뒤, 다른 특임대원 침투로를 개척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옥상에서 대기하던 대원이 밧줄을 타고 창문으로 은밀하게 들어간 뒤, 다른 특임대원 침투로를 개척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협상 결렬, 지금부터 강습한다.” 특임대장 명령이 무전을 타고 내려왔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현금 1억 원, 차량 1대’를 요구한 무장 탈영병은 점점 더 거칠게 변했다. 더는 인질의 안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옥상에서 대기하던 대원이 밧줄을 타고 창문으로 침투했다. 먼저 내려온 대원이 창문을 깼다. 이내 다른 대원이 좁은 창문 사이로 빠르게 들어갔다. 이어서 은밀하게 이동해 잠겨있던 지하 1층 문을 열었다. 이때 건물 뒷문을 통해서도 대원들이 진입했다.

선두에 선 특임대원은 방탄방패를 들고 만약의 공격에 대비했다. 방패는 5.56㎜ 소총탄을 막아내는데 무게는 14.5㎏이 넘는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선두에 선 특임대원은 방탄방패를 들고 만약의 공격에 대비했다. 방패는 5.56㎜ 소총탄을 막아내는데 무게는 14.5㎏이 넘는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방패가 앞장섰다. 선두에 선 특임대원은 방탄방패를 들고 만약의 공격에 대비했다. 한손에는 방패, 다른 손엔 권총으로 전방을 겨눴다. 방패는 5.56㎜ 소총탄을 막아내는데 무게는 14.5㎏이 넘는다. 그는 방탄복과 각종 장비 30㎏을 몸에 지녔는데 여기에 방패까지 들었다. 이 또한 극한 직업이다. 주 대위는 “훈련은 실전처럼 시행한다”며 “신속·안전·정확한 임무 수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임대 대원은 계단과 화장실 등 모든 장소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말리나 인턴기자가 문을 열고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특임대 대원은 계단과 화장실 등 모든 장소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말리나 인턴기자가 문을 열고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빈틈없이 수색했다. 특임대 작전팀은 지하 1층으로 들어온 뒤 계단과 화장실 등 모든 장소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기자는 같은 조를 이룬 대원과 함께 문이 닫힌 화장실로 다가섰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문을 열었다. 혹시라도 무장 탈영병이 있을까 두려운 마음을 안고 재빠르게 살펴봤다. 언제라도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는 긴장을 안고 총구를 돌렸다. 다행인지 사람도 의심할 만한 물체도 없었다.

특임대 작전팀은 건물 뒷문을 통해서도 은밀하게 진입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특임대 작전팀은 건물 뒷문을 통해서도 은밀하게 진입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강력범은 로비에선 발견됐다. 선두에 선 대원이 허벅지를 쏘아 맞혀 쓰러뜨렸다. 이어 재빠르게 수갑으로 결박한 뒤 신체를 수색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자 기자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탈영병에게 다가선 뒤 소총을 내리고, 권총을 뽑아 등 뒤에 붙였다. 강력범을 일으켜 세운 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 순간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언제라도 용의자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어서다. 그때는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인질극이 벌어진 무대로 스턴트 탄을 던져 폭음과 연기를 만든 뒤 특임대원이 진입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인질극이 벌어진 무대로 스턴트 탄을 던져 폭음과 연기를 만든 뒤 특임대원이 진입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이제 남은 탈영병을 제압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 탈영병들이 점거 중인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모두 장악했다. 기자는 무대로 연결된 문 앞에 도착한 뒤 스턴수류탄을 들어 조장 눈앞에서 흔들었다. 던지겠다는 신호다. 안전핀을 뽑은 뒤 문을 열어 줄 말리나 인턴기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5, 4, 3, 2, 1’ 순간적으로 문이 열렸고 이때 무대로 던졌다. 폭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연기도 피어올랐다. 이 순간에 다른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특임대원이 동시에 공연장 안으로 돌입했다.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특임대원이 동시에 공연장 안으로 돌입했다. 인질을 붙잡고 있던 탈영병 허벅지를 쏘아 맞혀 제압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특임대원이 동시에 공연장 안으로 돌입했다. 인질을 붙잡고 있던 탈영병 허벅지를 쏘아 맞혀 제압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손들어. 손들어" ‘탕, 탕, 탕, 탕’ 총성이 연이어 들렸다. 이내 총을 들고 인질을 붙잡고 있던 탈영병을 제압했다. 무대 아래 무고한 시민 30명이 눈에 들어왔다. “출구를 향해 이동하라, 수상한 행동을 하면 제압될 수 있다.” 특임대원이 안전한 탈출을 유도했다. 주 대위는 “사격과 침투 기술이 좋아도 상황 판단을 잘하지 못하면 임무에 실패할 수 있다”며 “인질과 강력범을 구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임대 각종 군 강력범을 제압한다. 또한, 대테러 및 경호 임무와 함께 적 특작부대가 침투했을 때 타격 및 섬멸하는 기동타격 임무도 맡는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특임대 각종 군 강력범을 제압한다. 또한, 대테러 및 경호 임무와 함께 적 특작부대가 침투했을 때 타격 및 섬멸하는 기동타격 임무도 맡는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다시 MC를 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이때 계룡 지역에 내리던 빗방울은 더 굵어졌다. 얼굴에 쏟아지는 비바람을 피할 수 없었지만 춥지 않았다. 인도를 거닐 던 시민이 보내주는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특임대원의 위국헌신을 향한 무언의 찬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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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러 다녀온 뒤 특임대와 연락이 쉽지 않았다. 몇 시간 지난 뒤 “오늘도 훈련 중”이라며 “곧 연락드리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 땀방울 흘리고, 위기 순간에 사선에 나서는 든든한 수호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계룡 =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 = 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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