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민 궁제에 몬 서 의원 입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문 목사가 재야출신의 비교적「자유로운 몸」이었던데 비해서 의원의 경우는 제1야당의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 미칠 파문은 훨씬 넓고 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목사의 경우는 거의 처음부터 방북 사실을 공개한 데 반하여 서 의원의 경우는 방북 사실을 일체 비밀로 붙였다가 10개월만에 뒤늦게 털어놓은 개운치 않은 과정 때문에 그 의도의 순수성조차 의심방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 갈다.
더구나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평민당 의원 중 방북을 했던 의원이 2∼3명 더 있으며 북한의 자금과 지 령을 받고 있는 보좌관다는 설이 홀 러나오고 있어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평민당은 창당 후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서 의원이 소속한 평민당은 여러 가지 점에서 어려운 처지를 맞게 될 것 같다.
평민당은 이런 사정 때문에 구속 결정이 난 즉시 『서 의원의 방북은 당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제명 처분 등 신속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그려나 문 목사 방북, 대학생들의 평양 축제 참가 시비 등으로 정국이 경화된 상황에 다시 이 같은 사건이 터져 평민당의 의도대로 간단히 마무리 될 것 같지는 않다.
평민당의 수뇌부가 이 사건을 알았다고 한 22일의 시점까지 평민당의 움직임을 되돌아보면 평민당은 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막후에서 상당히 노력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시점에 김대중 총재는 당사에 조차 나오지 않고 정국구상을 이유로 모처에 은둔했으며 김원기 총무가 안기부 관계자 등과 접촉을 가진 것으로 돼있다.
평민당은 가급적 사건의 공표를 피하면서 문 목사 방북 직전에 김 총재가 상당액수의 돈을 건네준 사실에 대해 김 총재가 자진출두형식으로 사정을 설망하고 당국은 불문에 부쳤던 해결 방식이 이번에도 적용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김 총재의 짧은 기간중의 침묵은 이에 대한 당국의 응답을 ㄷ,ㄹ 한 과정이 아닌가 여겨 진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막후 절충이 사실상 끝나 구속 영장이 신청되던 당일인 27일 김 총재는 『5공 핵심 인사 처리를 촉구하는 1천만명 서명 운동을 벌이겠다』는 투쟁 노선을 천명하고 나왔다.
그러나 평민당이 김 총재의 말대로 투쟁 노선으로 방향을 바꾸는데는 여러 지 부담을 안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평민당은 이번을 계기로 이념 문제에 있어 보다 분명한 선택을 요구받을 것 같다.
김 총재는 공교롭게도 최근 주한미 군감 축론 을 펼치는가 하면 오스트리아식 중립화 통일방안까지 거론했다.
또 대학생들의 평양축제 참가를 지지하며 정부와 학생사이에 가교역할도 떠맡았었다.
이러한 일련의 급진적 행동에 서 의원의 방북 사건이 겹쳐 싫든 좋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소지가 높아졌다.
특히 서 의원이 방북 과정에 대해 『평민당이 과연 모르고 있었는가』라는 일반의 오해를 어떻게 씻어줄 것 인가도 문제다.
사실 당내에서는 『문 목사 말고 평양 갔다 온 사람이 또 있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퍼져 있던 것도 사실이고 서 의원이 자신의 방북 사실을 당 간부가 아닌 측근들에게 먼저 털어놓았다는 점도 납득이 잘 안 되는 대목이다.
물론 평민당은 서 의원 방북에 대해 대 국민사과 성명까지 내 평민당의 노선과는 무관함을 천명했으나 국민에게 심어준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켜나가느냐가 큰 과제로 남게됐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내의 보수·진보세력간에 갈등도 첨예화 할 것 같다.
사실 문 목사 방북때도 당내 재야 입당파인 「평민연」쪽아서는 문 목사를지지 한 반면 당료파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불화가 표면화한 일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내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좀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이 막바지에 접어 들고 있는 5공 청산 및 핵심인사 처리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평민당은 『이번 사건과 5공 청산 문제는 별개』라고 천명하고 계속 핵심 인사 처리를 촉구하고 있으나 서 의원 사건으로 손상된 이미지를 갖고 평민당이 장외투쟁을 벌일 경우 어느 정도의 호용이 따를지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서 의원 사건은 지난번 문 목사 방북과 같이 구멍 뚫린 공안 조직에 대한 비판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킬 것 갈다.
비록 안기부가 2개월 전부터 서의원 입북소문을 추적하고 있었다지만 평민당의 통보에 의해 비로소 신병 확보 등이 이뤄 졌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책임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이 확실시돼 귀추가 주목된다. <문창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