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언론 “북한 대사관 괴한 침입사건 배후에 '美 CI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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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EPA=연합뉴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EPA=연합뉴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벌어진 괴한 침입 사건의 배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인 엘 파이스는 13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스페인 경찰과 스페인 국가정보국(CNI) 소식통을 인용해 이 사건이 미 정보기관 CIA와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엘 파이스는 마드리드 외곽의 주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해 괴한 10명 중 최소 2명의 신원이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페인 당국이 CIA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CIA는 의혹을 부인했고, 스페인 정부는 "CIA 반응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정부 소식통들은 동맹국을 상대로 (미국이)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서 CIA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드러날 경우 스페인과 미국 정부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당국은 이 사건이 단순 강도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수사 중이다. 특히 한 수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군사 조직에 의해 행해진 것처럼 완벽하게 사전에 기획됐다"고 신문에 전했다.

엘 스파이스는 이 괴한들이 북미 핵 협상에서 실무를 맡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에 관한 정보 취득을 목적으로 사건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김 특별대표는 2017년 9월까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로 재직한 바 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김 특별대표를 추방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서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해 갔다. 당시 사건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발생했고, 정상회담 첫날인 지난달 27일 스페인의 인터넷 신문 '엘 콘피덴시알'을 통해 처음으로 보도됐다.

스페인 당국은 이후 경찰의 정보부서와 CNI를 투입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후 이 사건을 스페인 주요 언론이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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