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초호화 아파트 일가족의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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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5년

우리로 치면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격인 도쿄의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에서 일가족 4인 살해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살해된 가족은 주민대장에 기재된 '그 가족'이 아니었던 것. 사건의 뒤에는 허영심에 호화 아파트를 구입했다 파산한 부부, 그들이 고용한 '경매 버티기꾼', 아파트를 낙찰받은 가족 등 수많은 이들의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었다. 이유'는 일본 추리소설의 대모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다. 1999년 심사위원 만장일치 속에 '나오키상'을 받았다. 소설은 르포르타주 형태를 취한다. 사건 해결 뒤 관련자들을 만나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때문에 중시되는 것은 사건의 전말이 아닌 '왜?'라는 질문이다. 질문의 기저에는 호화 아파트로 상징되는 일본 사회에 대한 저자의 냉정한 분석과 통렬한 비판이 깔려 있다. 책은 789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지만 술술 읽힌다. 주요 등장인물만 30여명. ' 책 해설자가 "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 소설을 읽고 싶을 정도"라 한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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