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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증오' 표출한 이팔성, MB와 법정 대면 불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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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건 왜일까(2008년 3월 23일)”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3월 28일)”

한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던 이팔성(7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備忘錄)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에게 금융계 인사 청탁을 하며 돈을 건넨 뒤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이 비망록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혐의 중 19억 상당을 뇌물로 인정했다.

애증의 MB-이팔성, “거짓말 탐지기라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사진)과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사진)과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그에게 별로 관심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비망록에 대해 모두 ‘허위’라고 주장해왔다. 재판에서 “차라리 이팔성씨를 불러다 거짓말 탐지기 해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억울함을 밝히기도 했다.

13일 예정됐던 두 사람의 법정 대면은 사실상 불발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5분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을 연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날 재판엔 이팔성(7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1일 법원에 심장질환 등 건강문제를 사유로 증인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다. 건강을 회복한 후 증인신문 기일에 출석하겠다고도 밝혔다.

이팔성 “건강 안좋아…다음에 출석하겠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려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증인 소환장이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아서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주요 증인들이 자신들이 소환된 사실을 알면서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이 전 회장 등의 이름과 신문 기일을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또 “출석하지 않는 증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보고 직권으로 증인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법원은 불출석 신고서를 검토한 뒤 그를 법정에 구인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오는 15일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의 증인신문이 잡혀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증인신문 예정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은 모두 소환장을 송달받아 15일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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