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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긴 하루'…광주 재판 끝나고 응급실 치료받고 귀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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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관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5ㆍ18 관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3년 만에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은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8시 5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광주지법에서 출발한 지 4시간 30분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52분 검은색 에쿠스 차에서 내린 뒤 부인인 이순자 여사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전 전 대통령은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는 않았지만, 허리 쪽을 손으로 집고 자택으로 들어갔다.

현장에 있던 일부 진보 유튜버는 “살인자 전두환 사죄하라” “네 명대로 살지 못할 것이다”라고 외쳤다. 이에 한 보수 유튜버가 “전두환 최고” 등을 외치며 맞대응해 한차례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귀가 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들르기도 했다. 경찰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행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8시 10분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은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응급실에 방문해 치료를 받은 뒤 약 30분 후에 퇴원해 자택으로 귀가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장시간 쉬지 않고 이동하느라 몸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의 간단한 치료로 회복돼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쯤부터 경찰청과 서대문경찰서에서 나온 6개 중대 350명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 도로를 둘러쌌다. 오전에 비해 강화된 경계 태세였다. 하지만 경찰의 경비 강화에도 불구하고 오후 7시 50분쯤 빨간색 스쿠터를 탄 20대 남성 두 명이 전 전 대통령의 자택 대문에 날계란을 투척한 뒤 도망치기도 했다.

11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대문에 투척된 날계란을 경찰 관계자가 닦아내고 있다. 남궁민 기자

11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대문에 투척된 날계란을 경찰 관계자가 닦아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전 전 대통령의 귀가를 앞둔 이날 오후 7시 20분쯤에는 고명승(84, 육사 15기) 전 보안사령관이 자택을 방문했다. 고 전 사령관은 전두환 정권에서 육본 인사참모부장, 9사단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이다. 그는 방문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는 고 전 사령관을 비롯한 일부 측근과 가정부만이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전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을 뿐 고의로 허위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며 5·18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됐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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