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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80%만, 대신 4일만 일하고 3일 쉬어요"

중앙일보

입력

주 4일제 직원들이 근무하는 경북 테크노파크의 한 사무실. 김윤호 기자

주 4일제 직원들이 근무하는 경북 테크노파크의 한 사무실. 김윤호 기자

경북테크노파크에서 일하는 A 연구원은 일주일에 4일 일하고 3일 쉰다. 그는 2017년 하반기 경상북도 산하 공공기관에 '주 4일 근무제'가 처음 도입된 후 임용된 정규직 직원이다. A 연구원이 들어온 후 하나둘 4일제 근무 동료가 늘어 현재 경북테크노파크에 6명이 있다. 5일제 근무자는 135명. 4일만 일하는 근무제가 도입된 지 2년. A 연구원은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다"고 했다.

경상북도 7개 출연 공공기관에 #28명 주 4일만 근무하는 정규직 #대학원 다니거나 2박3일 해외여행도 #월급 적고, 보이지 않는 차별 우려 #

30대 미혼인 A 연구원은 장점으로 먼저 '시간'을 꼽았다. 평일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있어 대학원을 다닌다. 용돈을 모아 가끔 2박 3일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훌쩍 떠나기도 한다. 평일에만 가능한 은행 업무, 관공서 업무를 편한 옷차림을 하고 나가 볼 땐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한살 아이를 둔 A연구원의 동료는 곧 둘째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3일을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게 4일제의 행복"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미혼인 4일제 직원은 "운동 등 취미생활을 3일간 즐길 수 있는 점이 4일제의 장점이다"고 했다.

하지만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A 연구원은 "금요일이나 월요일 쉬는 날 상급 기관의 급한 자료 요구가 있을 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자료를 만들어 보내는 경우가 있다. 4일제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급여가 5일제 직원의 80% 수준이라는 점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또 다른 4일제 직원은 전했다.

그가 일하는 경북테크노파크의 직원은 모두 141명. 이중 6명이 4일제 근무제다. 6명은 4명, 2명으로 나눠 게임회사 지원 부서와 빅데이터 관련 부서에 근무한다. 이들은 금요일 또는 월요일에 쉰다. 근무 인원은 줄지만 부서 전체로는 주 5일간 일을 한다. 부서장인 팀장은 5일제 직원이 맡고 있다. 이들 부서에 부서장을 제외하고는 5일제 근무 직원은 없다. 경북테크노파크 측은 최근 '대체휴일·휴일대체' 제도를 만들었다. 4일제 직원이 쉬는 금요일이나 월요일 업무상 중요한 행사가 있을 경우, 이들을 출근토록 하기 위해서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내에 있는 경북테크노파크. [사진 경북테크노파크]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내에 있는 경북테크노파크. [사진 경북테크노파크]

광역자치단체가 출연한 공공기관에 정규직 신분으로, 4일제 직원을 고용한 곳은 경상북도 산하 7개 공공기관이 유일하다. 이들 기관엔 7일 기준 A연구원 같은 직원이 모두 28명이 있다.

7명의 4일제 직원이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은 4일제, 5일제 직원이 부서에 섞여 근무한다. '넌 4일제, 난 5일제' 같은 차별은 없다. 하지만 급여에 대한 아쉬움, 5일제 직원들보다 하루 더 쉬는 것에 대해 눈치가 보인다는 4일제 직원의 의견이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자체 설문에서 4일제 한 직원은 "5일제 직원 급여보다 20% 적은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 급여가 적다는 것 자체가 내부 승진에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내가 쉬는 날) 금요일에 대체 근무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3명의 4일제 직원이 있는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도 4일제와 5일제 직원이 섞여 근무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는 큰 문제가 없지만, 4일제 직원들이 장기적으로 승진할 때가 되면 출근일수 부족에 따른 승진 불이익, 임금 불만 등을 표출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주 4일 근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4일제 직원의 임금은 시간 비례 임금 적용을 받아, 5일제 직원의 80% 수준이다. 4일제는 5일제로 전환할 수도 없다. 반대로 5일제는 4일제 전환이 가능하다. 즉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어 장기적으론 4일제 직원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경북신용보증재단의 4일제 직원 3명은 모두 기존 5일제 직원이 스스로 4일제로 신청해 바꾼 경우다. 급여를 적게 받더라도 더 쉬고 싶다면서다. 3명의 4일제 직원이 있는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이달 중 공고를 내고 2명의 4일제 직원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강성일 담당자는 "4일제 직원의 업무 성과가 하루를 더 쉬는 책임감 때문인지, 5일제 직원 못지않다"고 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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