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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케이스 2600억 매출 신화 ‘아마존 지렛대’로 이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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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호 12면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는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서울 삼성동 본사 지하 매장의 진열대에 선 김 대표.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는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서울 삼성동 본사 지하 매장의 진열대에 선 김 대표.

“기업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일이 좋았다.”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 #총판-소매점 없이 아마존서 판매 #롱테일 효과 업고 미국 시장 개척 #국내보다 해외 매출·인지도 높아 #모바일 소품 통해 자기 표현하려는 #유저 눈높이 맞춘 제품 내 공감 얻어

모바일 기기 관련 소품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 기업인 슈피겐코리아의 김대영(48)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문구점의 잡화쯤으로 여겨졌던 휴대전화 스티커 제작·판매를 어엿한 모바일패션 비즈니스로 키웠다. 서울 삼성동 슈피겐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자유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옷차림이나 헤어 디자인을 한 사람은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처럼 카리스마를 내뿜지도 않았다. 정보기술(IT) 세일즈맨으로 상당 기간 살아온 탓일까. 그가 미소 지을 때마다 친근함과 함께 순수함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몸 담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는 진입장벽이라곤 거의 없는 곳이다. 소비자의 변덕스러운 입맛에 따라 순간순간 승자가 바뀌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 지난 한해에만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26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비결이 무엇인가.
“스토리와 공감이다. 유저들은 모바일 기기 소품을 통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런 기대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제품을 내놓으려고 했다. 그 결과 유저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간 방심하면 밀리는 곳에서 10년째 성장하고 있다.
“사실 SGP시절까지 합하면 회사 역사는 더 길다. 피처폰 시절인 2004년부터 장식용 스티커와 액정 보호필름을 만들어 팔았다.”
대표 약력을 보니 그때는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했던데.
“아내가 사업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사업이 커지자, 내가 합류했다. 아내가 대표를, 내가 영업을 맡았다.”
슈피겐코리아가 올해 여성적인 디자인을 강화해 대표 상품으로 내놓은 씨릴DTLA.

슈피겐코리아가 올해 여성적인 디자인을 강화해 대표 상품으로 내놓은 씨릴DTLA.

흔히 말하는 ‘인형 눈 붙이던 시절’ 이야기다. 김 대표는 “제품 주문을 받으면 집에서 포장해 택배로 배송했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 순간 그의 얼굴엔 성공한 사람이 옛일을 회상할 때 보이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뭘 믿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스티커 사업에 나섰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기업 대 기업(B2B) 판매를 했는데, 내 손으로 유저를 직접 개척하고 싶었다. 마침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했다. 내게 맞는 생태계가 갖춰졌다.”
그렇다고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진 않았을 것 같다.
“휴대전화별 동호회가 활발했다. 애니콜 사용자 모임의 회원이 80만 명 수준이었다. 처음엔 동호회 리더에게 e메일을 띄워 제품을 소개했다.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들 동호회 홈페이지에 온라인 광고를 내면서 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신제품을 개발하면 동호회 리더들에게 먼저 보내 평을 들었다.”
어떤 계기로 해외에 눈을 돌리게 됐는가.
“솔루션 세일즈맨을 하면서 ‘디지털 세계에선 해외, 그것도 미국에서 성공해야 국내에서도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토종 소프트웨어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그래서 사업 초기부터 미국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일단 2007년 미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이후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아이폰 등장 이후 급성장

김 대표의 비즈니스 히스토리에서 중요한 분수령은 아이폰이다. 아이폰 3GS는 2007년 해외에선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엔 2년 뒤인 2009년 하반기에 판매됐다. 김 대표는 “게임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피처폰용 제품을 사실상 접고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9년 2월엔 회사 이름을 SGP코리아로 바꿨다. 그리고 4년이 흐른 뒤인 2013년엔 회사 이름을 슈피겐코리아로 바꿨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회사 이름이 독일어 같다.
“거울을 뜻하는 독일어 슈피겔(Spiegel)과 유전자를 의미하는 독일어 겐(Gen)의 합성어다. 그래서인지, 일부 고객은 독일 회사인줄 알고 있다.”
언제 아마존에 입점했는가.
“2011년 여름부터다. 그때까지 미국 영업은 전통적인 총판체제였다. 지역별 총판에서 소매점에 제품을 공급했다. 그런데 아마존이 새로운 판매 채널로 떠올랐다. 아마존 입점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는데, 그때부터 조직의 흑역사가 시작됐다.”
무슨 말인가.
“전통적인 판매채널을 담당하던 직원에게 아마존같은 새로운 채널에 맞는 일을 시켰다. 많은 직원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자연스런 구조개편인 듯하다.
“(웃으며) 그런가. 하지만 직원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구하고 하는 과정이 울퉁불퉁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마존에 입점하게 됐는가.
“사업 초창기부터 온라인 판매가 내 주특기였다. 온라인 덕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당시 아마존이 살 길이라고 느꼈다.”

아마존은 또 하나의 정글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곳’으로 변신을 시작한 시기는 2000년쯤이다. 변신은 서서히, 하지만 꾸준히 진행됐다. 김 대표가 합류한 2011년엔 아마존이 온라인 장터(오픈마켓)로 본격 변신한 때였다. 이른바 롱테일 효과가 현실화된 것이다. 아마존 입점 절차 등을 묻자, 그는 웃으면서 “(직원에게) 입점을 추진하도록 시키기만 했을 뿐”이라고 가식 없이 답했다. ‘모든 일을 자기가 주관했다’고 말하는 다른 비즈니스 리더들과 다른 모습이다.

입점해 아마존 위력을 느껴보니 어땠는가.
“판매와 물류 비용이 전통적인 유통채널보다 훨씬 싸다. 판매자는 제품을 아마존 물류창고에 보내주고 수수료만 내면 배송은 아마존이 해준다. 아마존 이전엔 한국 중소기업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그 만큼 아마존 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곳에서 성공해 슈피겐코리아가 모바일패션 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저가 됐다.
“애플이 2017년 아이폰X 발표 행사에서 무선충전 기능을 소개하면서 슈피겐 로고를 내걸었다. 사전 협의가 없었다. 우리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아마존 판매 셀러 순위에서 톱10안에 들었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인가.
“(잠깐 웃은 뒤) 디지털 본토인 미국에서 성공했다. 미국 시장 매출이 국내보다 크다. 하지만 내 방식대로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순 없다. 디지털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새로운 조건에 맞는 아이디어 등이 중요하다.”
아까 스토리와 공감을 말했는데, 요즘은 어떤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지금까지 디자인이 남성적이었다. ‘씨릴’ 등 여성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애플 정품 케이스보다 싸고 단단해, 합리적 구매를 하는 여성 고객에게 맞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종류가 아주 많다.
“스마트폰 케이스뿐 아니라 차량 거치대, 이어폰, 충전기, 탁상용 선풍기, 우산, 여행용 가방 무게를 다는 휴대용 저울 …. (웃으며) 하나하나 소개하기도 벅 차네요.”
품질관리가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좀 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품질 관리엔 비법이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전투하듯 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을 관리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엔 중국 재도전

기업은 사업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외연을 넓히곤 한다. 슈피겐코리아는 서울 선정릉 근처에 있는 본사의 공연 공간을 지역사회와 스타트업 등을 위한 행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2단계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슈피겐코리아 실적이 새로운 스마트폰 판매량보다 지역적 시장확대에 더 많이 영향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시장 외에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가.
“중국시장을 다시 개척해보려고 한다. 중국 온라인 유통사이트인 티몰에 입점이 확정됐다. 중국 전자상거래 55%를 차지하는 곳이다. 사실 수년 전에 중국에서 상당히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을 모방한 물건을 싸게 파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다. 이제 재도전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중국 업체들이 베끼지 않을까.
“티몰은 중국 내에서 스마트폰 케이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다. 또 제품의 품질 등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화웨이 등이 신제품을 내놓는 타이밍에 맞춰 제품을 내놓으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 외 아시아 다른 시장은.
“우선 올해 인도와 호주, 일본 시장에도 힘을 쏟으려고 한다. 

글=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jeonmk@joongang.co.kr
김대영 대표는 1971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해군 장교였다. 그는 중앙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대우통신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컴퓨터통신, 에스지피, 쌍용정보통신, 스페이스테크놀로지, 티맥스소프트 등에서 세일즈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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