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대가로 너무 큰 보상 요구해 美 놀란 듯”

중앙일보

입력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를 대가로 너무 큰 보상을 요구했고, 미국이 제시한 상응조치가 북한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전 손튼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은 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 정부 고위 관리가 했던 브리핑을 들어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에 대한 대가로 너무 큰 보상을 기대한 것에 미국이 놀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까지 미 국무부에서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태 관련 현안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손튼 전 대행은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에 따른 상응조치로 미국이 테이블에 내놓은 제안을 흡족하게 수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상응조치 수준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항상 문제였다. 이번에는 북한의 기대가 컸던데 반해, 미국이 상응조치를 북한이 보기엔 너무 낮게 잡은 게 합의 결렬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노이 회담 전 북미 양측이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할 충분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작았다고 봤다.

그는 “북한과의 모든 협상에는 상호 간 기대치에 대한 ‘부조화’가 뒤따른다”며 “미국과 북한이 실질적인 협상 단계로 들어가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이런 부조화가 노출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특히 과거에는 북한 협상팀이 미국 입장을 최고지도자에게 전달하고, 다시 지도자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북한 협상팀이 의사결정을 할 재량이 거의 없었다”며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비정통적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것을 더 많이 얻을 여지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손튼 전 대행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려면 수 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이번과 같은 협상 결말에 놀랐을 것”이라면서 “이제 돌아가서 하노이에서 미국으로부터 들은 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기대와 제안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협상팀 사이에 다소 간극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설명할지 검토가 필요한 만큼 회담 재개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튼 전 대행은 “다른 정상과 김 위원장 간 더 많은 접촉만이 이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주변국 정상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주변국들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맥락을 전해줄 수 있다”고 봤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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