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조사단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영상·사진 3만장 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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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검찰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증거 동영상 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조사단은 경찰에 송치 누락했던 디지털 증거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 3만개 송치 누락 #김학의 외 동영상 더 있을 개연성 높아 #당시 청와대 개입 여부도 조사

일명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2013년 3월 강원 원주 소재 한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당시 검찰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해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사건의 1차 수사는 경찰이 담당했다.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4일 “경찰이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포렌식해 확보한 디지털 증거를 검찰에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3일까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지난달 28일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누락된 디지털 증거 복제본을 경찰에서 보관하고 있는지, 이를 삭제하거나 폐기했다면 그 시점 및 근거, 송치 누락 사유 등을 알려달라고 경찰청에 요청했다. 또 복제본이 존재한다면 조사단에 제공 가능한지도 확인해달라고 했다. 경찰은 2013년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면서 2만9000개가 넘는 사진 파일과 600여개의 동영상 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연석회의. [뉴스1]

지난해 2월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연석회의. [뉴스1]

당시 경찰이 작성한 보고서 등에는 동영상과 사진 3만여개가 복원된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검찰에 송치한 기록에는 빠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3만여개에 달하는 사진과 동영상 중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는 4개의 영상만 송치했다. 수사기록에는 별장 주인이자 성접대를 알선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그 측근들이 김 전 차관 외에도 여러 명의 영상을 촬영했다고 진술한 내용도 있다고 한다.

조사단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장소인 강원도 원주 소재 별장 등에서 윤씨의SD메모리, 노트북 등을 확보해 사진 파일 1만6402개, 동영상 파일 210개를 복구했지만 전부 송치과정에서 누락했다. 이 별장은 윤씨가 법조계 인사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성접대를 한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조사단은 경찰이 별장에서 확보하고 송치 누락한 동영상 중에는 별장뿐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성접대 영상도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기록상 확보된 진술에 따르면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한데도 경찰은 포렌식 한 디지털 증거를 송치하지 않았다“며 ”증거들이 검찰에 넘어오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당시 경찰 수사와 송치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조사단은 검찰이 디지털 증거가 상당수 누락됐음에도 추가 송치를 요구하지 않고 김 전 차관을 두 차례 혐의없음 처분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이 이러한 사정을 파악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역시 조사단이 풀어야 할 과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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