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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소변 줄기와 토마토와 전립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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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전문의 칼럼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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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수가 따로 없네.” 시골 마을의 좀비 소동을 그린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좀비에게 물린 할아버지(박인환 분)가 다시 젊어진다. 졸졸거리던 소변 줄기가 폭포수처럼 강렬해지고 이를 본 동네 노인들의 부러움을 산다.

결국 비밀이 드러나고 동네 노인들도 물리려고 하는데, 좀비는 채식주의자로 좋아하는 건 새콤달콤한 토마토 케첩이었다. 결국 좀비에게 물린 노인들은 좋아한다. “내일부터 폭포수야. 나이아가라.”

소변 줄기를 정력이나 젊음과 동일시하는 남성이 많다. 소변 줄기가 세다고 정력이 반드시 센 것은 아니지만 소변 줄기가 약하면 대부분 정력이 약하거나 성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중년 이후 남성에게서 소변 줄기가 약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주 보고, 시원치 않고 잔뇨감이 남는 현상은 전립샘 때문이다.

전립샘은 남성 생식기관으로 방광 입구에 위치하고 요도가 관통하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배뇨장애를 비롯한 불편함이 나타난다. 모양과 크기는 밤톨과 비슷하다.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을 생성해 정액의 일부를 구성한다.

40대 이후 커지기 시작해 전립샘비대증이란 질환이 되는데, 60대 이상 발생률이 60%로 흔하다. 우리나라도 노령화로 10년 동안 환자 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전립샘암 역시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았지만 식생활 및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전립샘비대증이 생기면 요도를 직접 압박해 일차적으로 배뇨장애를 일으키고 성욕 감퇴나 발기력 감소 같은 성 기능 장애도 유발한다. 전립샘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에서 좀비가 좋아했던 토마토는 ‘사랑의 사과’라고 불리는 최고의 정력 식품이다. 토마토에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는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하고 라이코펜과 셀레늄은 항산화 효과로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한다. 토마토와 관련 식품은 항산화, 암세포 억제, 항염증 작용으로 전립샘 관련 질환, 특히 전립샘암의 위험도를 낮춘다. 토마토는 조리하거나 가공식품이라도 효과가 있다. 영양 성분은 주로 붉은색을 띠는 껍질에 많기 때문에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골라 섭취하면 된다.

건강한 전립샘을 위해서는 평소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 전립샘비대증에서 배뇨장애가 심할수록 성 기능도 약해지지만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고 불편함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적절한 성관계를 하면 배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영화에서 노인들의 소변 줄기가 강해진 건 좀비에게 물려서인지 토마토 케첩의 효과인지 알 수 없다. 괜히 회춘 좀비를 찾기보다는 토마토를 열심히 섭취하는 것이 중년 이후 전립샘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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