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를 지키는 "나이팅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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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 낙도 주민들의 건강에 꽤나 보탬을 주고있다는 보람에 절로 신바람이 나 아침·저녁으로 구급낭을 메고 환자를 찾아 나섭니다.』 전남 목포에서 뱃길(일반여객선)로 3시간30분의 거리에 동떨어져 있는 낙도 신안군 비금도의 여성 마을건강원 조동례씨(53).
9년째 주민들의 혈압도 재주고 결핵·각종 전염병의 치료·예방을 유도하며 항생제·아스피린등 약품을 제공해주는 「맨발의 의사」역할을 나름대로 해오고 있다.
농민의 아내로 이곳 주민인 조씨는 『대우재단이 낙도오지사업으로 운영하는 신안 대우병원측의 권유로 지난 81년초부터 마을건강원으로 뛰기 시작했지만 처음엔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고 말한다. 조씨는 보수도 전혀 없는데다 「서울에 있는 큰회사가 이젠 병원까지 세워 돈벌려한다」고 생각하는 부락민들이 자신을 「병원의 앞잡이」 「정신나간여자」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초기엔 퍽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이젠 병원의 자립도가 44%에 불과하다는 점을 안 주민들이 병원 운영을 사회사업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마을건강원을 건강의 등대로 높이 평가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조씨는 말한다.
농사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중에도 꼭 시간을 내 어린이·임산부·노인들의 건강을 체크, 2주에 한번꼴로 병원측에 활동상황을 알려준다.
저녁에는 병원에서 무료지급한 위장약·진통제등 상비약을 집으로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야간약국」도 운영하고 있다. 활동중 가장 보람찬 기억들은 위급한 노인환자를 등에 업고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구한 경험들이라는 것.
조씨는 국민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의학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이 병원에서 2주간 교육을 받은뒤 곧바로 마을건강원일을 시작했지만 보수교육과 건강에 대한 관심때문인지 이젠 「돌팔이 의사」가 다 됐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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