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문학|「분단극복-통일지향」뿌리 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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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분단 44년, 분단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6·25가 발발한지 39년이 홀렀다.
한반도를 동족의 피로 물들였던 6·25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피의 대가를 어떻게 치렀는가는 우리 문학이 다루어야 할 가장 아픈 주제가 되었다.
그래서 6·25는 전쟁직후부터 많은 소설을 쓰게 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소설들이 6·25를 다각도로 파고들고 있다.
전쟁만큼 문학이 많이 다뤄온 소재도 드물 것이다. 전쟁에는 영웅이 있고, 갈등의 원형이랄 수있는 싸움이 있고, 전략이 있고, 죽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민족에 있어서 6·25는 다른 전쟁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요된 동족간의 싸움이었고 외세의 개입이 있었으며 또 그 상흔이 현재까지 상존하며 우리 삶의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6·25문학은 민족의 한과 그 한의 치유에 대한 몸부림이다. 그래서 6·25문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풀이의 내용을 달리하며 전개되었다.
6·25에 대한 문학적 대응은 종군 작가들로부터 시작된다. 전쟁에 직접 참여,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목적하에 씌어진 종군 문학은 그때문에 6·25에 대한 객관적 시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전쟁의 직접체험세대에 의해 이뤄진 50년대의 6·25문학은 이러한 종군문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죽음과 굶주림, 폐허·피난 및 이산, 기지촌주변의 살벌한 풍경등을 소재로 전쟁으로 인한 피해의식, 혹은 그 틈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 이유없는 죽음에 대한 감상적 실존주의등이 이시대 문학의 주소였다.
이러한 전쟁직접체험세대들의 편협된 시점은 4·19가 가져온 자유의식에 의해 극복될수 있었다. 정치적 자유가 6·25를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접근가능케함으로써 분단의 원인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할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4·19세대의 전쟁문학성과로는 최인훈의 『광장』을 꼽을수 있다. 이 작품의 중요성은 주인공이 남북을 넘나들며 이동 시점을 취하도록 설정, 분단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데 있다.
그러나 분단에 대한 이데올로기 접근은 5·16으로 등장한 정권의 냉전 이데올로기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70년대 들어서 6·25 소년기체험작가들의 등장으로 분단소설은 다시금 문학의 중심부로 떠오른다. 김원일 『어둠의혼』, 윤흥길 『장마』, 이동하 『굶주린 혼』, 전상국 『술래눈뜨다』, 현기영 『어떤 생애』등 70년대에 발표된 분단소설들은 대부분 소년의 시점이라는 공통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순진한 소년의 눈에 비친 6·25를 그림으로써 냉전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수 있다는 이점을 지닐수 있다.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서정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바로 그 소년의 시점 때문에 6·25비극의 원인을 깊이있게 다룰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80년대들어 분단문학은 분단의 상흔에서 벗어나 분단극복이라는 당위를 향해 나가고 있음을 볼수있다.
6·25 소년기체험세대들의 문학적 열정이 80년대 들어 최고조에 달해 그들의 작업을 확장·심화하고 있는가 하면 6·25미체험세대들이 등장, 객관적으로 6·25를 바라보며 새로운 전망의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여순반란사건에서 시작, 6·25전체를 조망하고 있는 조정내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현재 연재중인데도 분단소설의 최대수확으로 뗘오르고 있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사회과학적 인식에 입각,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을 다양하게 그려냄으로써 남쪽만의 분단문학에서 민족문학으로 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미체험 세대들은 대를 이어내려오는 분단의 아픔이나 사회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분단의 질곡은 극복돼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아래 치유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확실히 냉전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통일을 지향하는 문학으로 나가고 있음을 볼수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체험세대들의 분단소설은 그체험의 간접성·파편성으로 인해 단편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당위적 통일을 향한 무조건적 화해라는 안일한 도식성에 떨어질 가능성이 짙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살퍼볼때 6·25문학, 혹은 분단문학은 냉전체제 아래서 6·25로 인한 피해의식만을 강조하는 반공문학에서 좌우이데올로기 측면을 다룬문학을 거쳐 화해를 지향, 분단극복의 문학으로 흘러내려오고 있음을 볼수 있다. 분단은 반드시 극복돼야할 민족의 최대명제다. 그러나 문학에 있어서 분단의 원인과 그로 야기된 현재의 질곡에 대한 작가의 총체적 전망이 없다면 그러한 문학은 구호적 차원이나 감상주의로 전락하고 말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5를 민족사적 전망 아래서 총체적으로 다루는 대하소설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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