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선희 "美와 회담 필요 있을 것 같지 않다…새로운 길, 많은 생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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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현지시간)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대화를) 하나(하는가) 싶지만,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던 멜리아 호텔에 투숙 중인 일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미측이 굉장히 사리가 맞지 않고 그래서 우리(북한)는 이러한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상의 이같은 언급은 앞서 이날 새벽 이용호 외무상과 함께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외무상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요구한 건 미국이 발표한 ‘전면적 대북 제재 해제’가 아닌 ‘부분적 제재 해제’라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자신의 느낌이라는 전제를 단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북한에선 신적 존재로 여겨지는 김 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불경죄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데도 최 부상이 김 위원장의 심중을 공개 거론한 것은 김 위원장에게서 지시를 받거나 허락을 받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단정적 표현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지금 ‘고민중’이라고 공개했다는 점에서 대미 압박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에 나서 회담 의제를 조율했던 김혁철 국무위 특별대표는 말을 아꼈다. 김 특별대표도 숙소에서 언론과 마주쳤는데, 향후 북미회담 전망에 대한 질문에 "두고 봐야죠"라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과 계속 대화할 생각인가
지금으로선 계속해야 하나 싶다. 우리가 했던 요구사항들이 해결된다면야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비핵화 관련) 취한 조치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하는 조치와 더불어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되도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북측의 제재 해제 요구 범위가 넓다는 지적도 있는데.
해당 제재는 원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에 관한 제재였다. 각 제재 결의들이 그런 행동이 행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재를) 동결하거나 해제하게끔 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15개월 동안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에 대해 유엔 제재들이 전혀 해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금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넘어서 (전체 핵 시설을) 폐기까지 해야 한다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개인적으로 실망감이 많이 컸겠다.
실망감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핵시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북측이 놀란 것 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얘기됐던 게 영변인 것이고, (미측에) 영변에 대한 입장을 우리가 이번에 처음 밝힌 것이다. 아직 (영변) 핵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본 역사가 없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등 두 사안을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돼야 할 유엔 제재결의들이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 된다고 한다. 이 계산법이 나도 혼돈이 오고, 어디에 기초한 회담 계산법인지 모르겠다. 영변에 대해서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깨끗하게 폐기할 입장을 내놨지만, 이게 잘못된 화답이 왔기 때문에 ‘이게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영변 핵시설을 전문가 입회하에 폐기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실무접촉 통해 확정해야겠지만, 우리가 한다는 ‘폐기’의 의미는 미국 측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게 투명하게 한다는 뜻이다. 모든 성의를 가지고 우리 딴에는 최상의 안을 내놨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됐다.

하노이=정용수·이근평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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