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인도·파키스탄 ‘일촉즉발’…공군기 두 대 격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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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도가 공습을 감행한 뒤 파키스탄인들이 인도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EPA]

26일 인도가 공습을 감행한 뒤 파키스탄인들이 인도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EPA]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군사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파키스탄이 인도 공군기 두 대를 격추해 조종사 두 명을 체포했다.

26일 인도군 공습에 이어 공중전 #"파키스탄, 인도 파일럿 두 명 체포" #확전보단 '정치적 카드' 분석 나와

 로이터통신은 이날 파키스탄 정부가 공군기 격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군 대변인 아시프 가푸르 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 공군이 통제선을 넘어온 인도 공군기 두 대를 격추했다”면서 “파키스탄 공군의 공격은 파키스탄 영공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인도 측 선제 도발에 대한 정당방위임을 강조한 발표다.

 추락한 공군기 중 한 대는 파키스탄 지역에, 한 대는 인도 쪽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푸르 대변인은 당초 “파키스탄군은 인도 파일럿 한 명을 지상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으나 BBC 등 외신은 이후 체포된 조종사가 두 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틀 연속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해당 국경 지역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이날 공중전은 인도 공군이 48년 만에 파키스탄을 전격 공습한 지 하루 만에 벌어졌다. 26일 인도 공군은 카슈미르 통제선을 넘어 파키스탄 바라코트 지역을 공격했다. 앞서 지난 14일 인도 경찰 40여명이 사망한 자살 폭탄 테러의 배후가 파키스탄 테러단체라는 명목에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모두 핵보유국이다.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를 맺어왔다. 각자 이곳에 수십만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크고 작은 분쟁을 겪었다. 하지만 대대적 공습이 이뤄진 건 1971년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후 처음이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공습을 당한 직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며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밝혔다. 공군기 격추로 전면전 발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인도 군인들이 격추된 공군기 잔해 근처를 수색하고 있다. [AP]

인도 군인들이 격추된 공군기 잔해 근처를 수색하고 있다. [AP]

 실제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직은 양국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확전을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두 나라 모두 국내 여론을 인식해 일종의 보여주기식 충돌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인도와 파키스탄 정치권 모두 전쟁 충돌을 피하기 위한 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파키스탄과의 국지전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선거용 카드’ 성격이 짙다. 오는 4~5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을 겪는 모디 총리가 “경찰 상대 테러 사건에 대한 보복을 해야 한다”는 보수층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인도 공습은 전쟁 전조라기보다는 가식적 행동(posturing)”이라고 꼬집었다.

 국제금융기구(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경제난이 악화한 파키스탄 정부 역시 표면적으로 강경 대응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국민 사기가 크게 떨어져 반정부 세력을 키울 우려가 있다.

 두 정부의 속사정을 반영한 듯 26일 공습 배경과 인명 피해에 대한 양국 발표는 엇갈렸다. 인도 현지 언론은 “인도군이 파키스탄 테러조직 훈련캠프를 공격해 무장병력 200~30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반면 파키스탄 정부는 “현지에 테러조직 건물이 없었다”며 인명피해도 부상자 한 명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예상 밖 돌발로 군사 충돌이 커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NYT는 “양측이 상황을 통제하는 데 실패하면 위기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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