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바로알자"특강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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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운동권 핵심세력의 이데올로기는 지배자-피지배자라는 2분법으로 역사를 인식하는데 있습니다. 조선조 양반계층, 일제하의 지주계층등이 해방후에도 요직에 지도자로 계속 앉아있는데 반해 노동자는 항상 그 밑에서 제대로 노동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거지요.』 국제존타서울클럽이 최근 마련한 6월 월례회에서 건국대 유태영교수(사회학)가 「이데올로기상으로 본 한국학생운동」의 서두를 이렇게 풀어나가자 50여명의 국제존타서울클럽 회원들은 일순 긴장된 표정이 된다.
유교수는 이어 다음과같이 말했다.『운동권 핵심세력은 노동자·농민이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게 목표인데 밥을 굶고 잠을 안자면서까지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있습니다.
운동권은 점진적 개혁세력과 사회주의 혁명세력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는데 85년께부터 본격적으로 학생회 조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최근들어 대학생자녀를 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운동권을 바로알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여학사협회는 5월말 7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대학생 동향과 의식구조」를 주제로한 특강을 열었으며, 40대여성들이 주축이 된 수요회(회장 김수현)도 3월 월례회에서「우리 사회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념적 갈등」을 주제로한 강연을 마련했다.
이처럼 대학생 또는 예비대학생 자녀를둔 어머니들이「운동권 파악」에 나선 것은 사회문제에 대한 부모·자녀간 인식의차가 지나치게 커 제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대학생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는 자녀가 운동권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대부분 심각한 의견대립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부자간에 의견충돌이 일어날때엔 식사도중 그릇이 날아가기도 할정도로 심각합니다.』대한여학사협회 프로그램부 이지연씨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과연 자녀들의 근본적인 생각이 무엇인가 알아야 가족간의 대립을 막을수 있겠다는 회원들이 많아 이념 특강을 갖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존타서울클럽 강인자총무도 『자녀가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대학입시만이 걱정이지만 대학입학과 함께 운동권에 대한 새로운 적정이 싹트는가 요즘 어머니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무조건 가로막고 나서기보다 내용이 무엇인가를 알고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어머니들에게 생긴 때문』이라고 분석.
이같은 절실한 필요성때문에 강의 분위기는 자못 진지하며 현실적 대처방안을 구하는 질문도 속출해 예정시간을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대학2년생 딸을둔 한지자씨(47·서울잠실동)는『평소 젊은 학생들이 일반상황을 깊이 생각하지못하고 자신들의 생각만을 주장하고 속단하는 것을 느꼈으나 일견 수긍가는 점도 없지않아 맞설수가 없었다』면서 『여학사협회 특강을 듣고나서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상적 이데올로기는 대체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란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나 점진적인 개혁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존타 서울클럽·대한여학사협회는 각각 오는 7월과 10월중이념관련 특강을 또 한차례씩 가질 예정이며 전국주부교실중앙회등 다른 여성단체들도 관련 특강을 검토하고 있어 어머니들의 「운동권 파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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