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유공자들의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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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 나라가 어떻게 선 나라인데 좌경세력이 판을 칩니까. 교육·종교·언론·예술계는 물론 법조계에까지 침투한 것 아닙니까. 그러니 대통령을 물××라 부르는 것 아니오.』
19일 오전 육군회관.
이상연국가보훈처장이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미망인회등 8개 보훈단체 대표 및 임원 1백80여명을 초청, 보훈행정 전반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서울지역 국가유공자간담회」 가 열리고 있다.
『여기 오느라 버스를 탔습니다. 불구인 내자신이 머뭇거리니까 운전기사가 야단을 칩디다. 이게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요. 다른 나라처럼 자리를 내주고 위로는 못해줄망정…』 의족에 의지한 6순의 상이용사가 『건의사항이 있으면 말해달라』 주문에 따라 목청을 높였다.
『이제 와서 북침이라니 이 무슨 말입니까. 그 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돼요. 교육이 잘못됐어요. 수학여행이라고 온천·설악산에나 갈게 아니라 국립묘지도 들르도록 해봐요.』
또 다른 상이용사가 배석했던 김상준서울시교육감을 향해 호통을 쳤다.
『8만원 연금 갖고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문간 단칸방에서 밀가루죽으로 연명하는 유공자와 그 유족들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그러면서 광주희생자에게는 1억5천이니, 3억원하고 …. 김치·깍두기 하나라도 놓고 밥 좀먹게 해줘요』
풍상이 역력한 6순의 전쟁 미망인, 휠체어에 의지한 상이용사등의 분노와 울분이 섞인 주장과 건의가 잇따랐다.
총탄에 불구가 되고 40년전 남편·아들을 잃은 백발이 성성한 이들 참석자들은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닦으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어느 누가, 무엇이 이들에게 좌경을, 배고픔을, 멸시에 찬 눈길을 호소하게 하고 분노에 차도록 만들었는지….
간담회를 마련하고 답변에 나선 이상연국가보훈처장도, 윤백영서울시부시장도 , 김상준서울시교육감도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요 「업보」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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