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ㆍ1운동, 한국인이 주체적으로 세계와 만난 첫 사례…새 패러다임 필요”

중앙일보

입력

박명림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장이 25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명림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장이 25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19년 3ㆍ1 운동에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세계와 만났다. 이 땅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ㆍ김대중도서관장)는 2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3ㆍ1 운동 100주년 국제학술회의 개회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공화 100년ㆍ세계시민 100년: 보편평화를 향하여’란 제목의 이번 학술회의는 3ㆍ1 운동을 단순히 항일ㆍ독립ㆍ민족 운동으로 보는 기존 해석을 뛰어넘어 세계 보편적 민주주의ㆍ공화주의ㆍ평화주의 운동의 시각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열렸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인간평화와치유연구센터가 행사를 주최했다.

박 교수는 “100년 전 3ㆍ1 운동 당시 각성된 우리는 대한제국의 백성이나 일제의 황국신민이 아닌 자유ㆍ평등ㆍ주권ㆍ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세계시민이었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는 잠시 외국이 강점하더라도 ‘독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3ㆍ1 운동 역시 독립운동보다는 주권회복운동 성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학술회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학술회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교수는 “항일ㆍ독립ㆍ민족이란 좁은 해석을 넘어 널리 세계의 보편주의를 품는 일대 시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옛 3ㆍ1 운동’을 버리고 ‘새 3ㆍ1 운동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전쟁 발생 건수는 줄어들지만 난민과 강제이주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한 뒤 “갈등을 넘어 보편적 평화에 기여하고 인류의 근본 가치를 복원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현대 한국의 정신적 뿌리인 3ㆍ1 운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여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관련 칼럼

이날 회의에선 ‘세계적 관점에서의 민주공화운동’과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분법을 넘어’라는 두 가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인식,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에 대한 동양의 왜곡된 인식을 의미한다.

첫번째 토론회에서 에레즈 마넬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3ㆍ1 운동은 한국 역사의 거대한 분수령인 동시에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사상, 러시아 혁명의 충격, 파리 평화회의 등 국제적 맥락 속에서 전개됐다”고 밝혔다. 호프 엘리자베스 메이 미국 센트럴미시건대 교수도 “3ㆍ1 운동을 보다 넓은 지리ㆍ사회ㆍ역사적 맥락 속에서 볼 때 그 운동의 세계시민적이고 인도주의적 측면이 드러난다”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토론회에서 이은정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3ㆍ1 운동이 한국 민주주의의 밑거름이었다고 규정하면서 “3ㆍ1운동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서 시민들이 항상 깨어 있어야만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축사하는 이종찬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학술회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사하는 이종찬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학술회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 둘째날인 26일에는 슬라보예 지젝 슬로베니아 류블라냐대 교수가 ‘문명을 문명화하기’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지젝 교수는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서 “문명 자체를 문명화하고 모든 인간 공동체 사이의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이루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