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투자 너무 위축될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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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경시위의 유혈진압사태 이후 중단됐던 한중교역등 경제관계가 다시 회복추세를 보이고있으나 금년 한중 왕복교역액은 당초예상 약40억달러에 크게 못미치고 작년수준인 32억달러에 머물거나 약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홍콩주재 한국상사등에 따르면 6·4 북경사태이후 사실상 연락이 두절됐던 중국내 경제인들이 지난주말부터 한국파트너들에게 『북경사태가 기본적으로 해결됐고 경제활동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동요치 말고 모든 상담을 예정대로 추진하자』고 통보해왔으며 한국의 관계당국도 일시 보류시켰던 한국상사원의 중국방문을 선별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이에따라 잠시 보류됐던 7월 북경국제박람회 전시출품용상품이 선적됐으며 긴요한 상담을 위한 일부 상사원의 중국방문이 재개되고 있다.
또 홍콩의 중개상을 통한 대중상담도 서서히 재개되고있고 외국인 바이어들이 일부 섬유제품 주문선을 정정이 불안한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한국상사들은 중국의 혼란상태는 기본적으로 해결됐지만 새 지도부 구성이 아직 공표되지않고 있는 상태며 중국당국이 개혁·개방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경제정책의 구체적 방향이 확정되지않아 대중투자는 일단 관망자세에 있다.
중국은 6·4북경사태후 미·유럽등의 대중제재조치가 잇달아 발표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와의 경제협력관계에 더욱 적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경우 미국등이 자기들의 대중제재조치에 보조를 맞춰줄 것을 한국측에 요청해올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적 한중관계발전이라는 장기적 측면에서 독자적이고 소리나지않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최근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등 중국 보도매체들이 이번 북경사태에도 불구하고 북경에서 철수하지 않은 일부 일본기업들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높이 평가·선전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바 있다.
한국은 중국과 외교관계가 없으며 현재는 경제협력등 실질적 관계를 확대해가고 있는 단계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일부 경제부처관계자들이 한국의 대중투자 허가를 유보토록 했다는 발표를 공개적으로 하는것은 좀더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6·4북경사태가 국제적으로 비난 받아야하는 비극적 사태임에는 틀림없으나 외교관계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그것이 중국의 국내문제며 중국의 안정이 한반도와 동북아평화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데서 정책수립에 여러가지 제약이 뒤따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전반적 분위기가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한중 무역대표부(또는 무역사무소)설치문제, 대한항공의 중국내 전세기 운항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후퇴시킬 필요는 없으며 대기업들의 중국내 소규모 시험성투자도 신중을 기하되 너무 소극적일 필요는 없는 것으로 관계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한편 금년들어 한국의 대중교역은 작년동기보다는 늘고있으나 당초 예상보다는 극히 부진한데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이 작년 11월 채택한 경제안정화조치 때문이다.
중국은 경기과열·고율의 인플레를 진정시키기위해 통화량환수, 불요불급품의 수입억제, 원자재의 국내공급 최우선 등 수출질서 확립등을 강력히 추진하고있다.
이에따라 전자제품등 소비제품위주의 한국의 대중수출에 타격이 오고 있으며 석탄, 일부 섬유원료수입등에 있어서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대중국 수츨대종상품인 전자제품의 경우 홍콩부두 화물터미널에 쌓여있는 컨테이너수만도 7백40개, 약 2억달러에 상당하고 있으며 판로가 막힌 이들 전자제품들이 한국으로 되실려 오는 심각한 사태를 맞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시장을 겨냥한 홍콩중개상들이 한국 전자체품을 대량 주문, 이미 홍콩에 도착했으나 중국의 소비제품수입억제와 은행대부 긴축조치등으로 손을 들기 때문인데 한국상사들은 이를 동남아시장등에 헐값으로라도 팔려고 시도해왔지만 이미 일본상사들이 휩쓸고 지나간 때문에 그것마저 어렵게되자 한국으로 되실어가는 것이다.
한국상사들로서는 한국∼홍콩∼한국간 수송비 및 부대경비등 심각한 손해를 보고있으며 이들 홍콩중개상에게 배상토록 요구하고 있으나 중개상들의 전액 배상은 어려운 상태여서 한국의 손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대중수츨은 소비제품에서 생산재 및 중간재로, 완제품에서 부품형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당국과 업계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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