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30년에야 쏜다는데' 이스라엘 민간단체 달 탐사선 발사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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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민간 달 탐사선이 발사됐다. 주인공은 이스라엘의 비영리 민간단체 스페이스일(SpaceIL)이다. 스페이스일은 22일 오전 10시 45분(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무인 달 착륙선 베레시트(Beresheet)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0년 만이다. 베레시트가 오는 4월 11일 달 착륙에 성공하게 되면 이스라엘은 옛 소련과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연착륙'(soft landing)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21일 오후 8시 45분 경(현지시각)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페이스일(SpaceIL)이 제작한 무인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가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UPI=연합뉴스]

스페이스일은 2011년 이스라엘의 젊은 엔지니어 3인이 설립해, 고정형 달 탐사선 제작과 발사 프로젝트에 주력해온 비영리 민간단체다. 2007년 구글이 우승상금 2000만 달러 (약 225억원)를 걸고 주최한 민간 달 탐사 경진대회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다섯 기업 중 하나였다.

경진대회는 지난해 3월 31일 우승자 없이 끝났지만, 스페이스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기업가 모리스 칸과 자선가들의 기부까지 총 1억 달러(약 1126억원)를 모아 결국 발사 계획을 완수했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미래융합연구부장은 “스페이스일의 이번 성과는 각국 정부는 물론 민간 영역까지 달 탐사 경쟁이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민간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성공하고 있는 만큼, 우주 탐사계획에 대한 근본적 시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스페이스일과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이 공동으로 달 무인 탐사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사된 베레시트의 무게 약 600㎏, 직경 2m, 높이 1.5m로, 착륙에 성공하면 증거용으로 쓰일 달 표면 사진을 촬영한 후 곧바로 달 자기장 측정 임무를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베레시트의 달 탐사가 2024년 국제우주정거장(ISS)를 대체할 ‘달 궤도 플랫폼 게이트웨이’ 건설과 각국이 목표로 하는 2030년 달 유인기지 마련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사상 네 번째로 무인 탐사선의 안정적 달 착륙을 목표로 하던 인도 등 국가는 민간단체인 스페이스일에게 목표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 주로 국가 단위로 추진·평가되던 우주 탐사 계획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주광혁 부장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나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등 거대 자본에 이어, 스페이스일과 같은 소규모 ‘뉴 플레이어’들도 우주 탐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국가 단위의 기술 발전을 추진하면서도, 이 같은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해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우주 산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베레시트는 지구 궤도와 달 궤도를 6번 돈 뒤 오는 4월 11일 달에 착륙할 예정이다. 베레시트의 높이는 1.5m, 폭은 2m, 무게는 600kg이다. 연료를 다 쓰고 달에 착륙할 때는 180kg으로 무게가 가벼워 진다. [사진 SpaceIL]

실제로 유럽의 에어버스도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 우주대회에서 달 탐사 경진대회인 ‘문레이스(Moon Race)’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이 달 탐사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다.

항우연 관계자는 “스페이스일과 함께 루나 엑스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랐던 문 익스프레스는 2020년, 그 외 팀들도 대부분 2021년까지는 무인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며 “달 탐사 계획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국가들로서는 자칫 추진 중이던 목표를 민간에 선점당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2030년 독자기술로 무인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달 탐사 경진대회 등 계기를 통해 민간의 기술력을 시장에 끌어오고, 세부 목표를 지속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2가 당초 예정대로 22일 오전 8시쯤 소행성 '류구'(龍宮) 표면에 착륙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하야부사2가 21일 오후 1시 15분쯤부터 류구 상공 20㎞에서 착륙을 위한 하강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한편 각국의 우주 탐사 경쟁은 달을 넘어 소행성까지 뻗어가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2일, 2014년 12월 발사된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구에서 약 3억4000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龍宮)’에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항우연 측은 “직경이 900m밖에 안될 정도로 크기가 작고 중력이 미미한 소행성에 착륙함으로써 일본이 자국의 우주 탐사 기술을 과시한 것”이라며 “2010년 세계 최초로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암석 샘플을 갖고 귀환한 하야부사 1호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하야부사2 역시 원통형 샘플 채취 장치를 이용해 지표에 작은 탄환을 박아 넣은 뒤, 이때 날아오르는 모래와 암석 등 시료를 포집하도록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달과 마찬가지로 대기 활동이 없는 소행성에서 유기물과 충돌 흔적을 발견하면, 우주의 역사와 생명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JAXA도 민간기업과 대학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일본 규슈 가고시마 현에서 JAXA가 발사한 소형로켓 입실론 4호기에는 민간 벤처기업과 대학 등이 개발한 소형위성이 7기나 탑재됐다. 입실론은 수요가 많은 소형위성을 저가에 발사할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JAXA는 시장에서 공모한 다양한 실험장치를 싣고 실제 이를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