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청산·경제실익 "일거양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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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흘간에 걸친「고르바초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서독 방문은 2차대전 이후 동서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조만간 철거될 수도 있다는 역사적인 발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서독방문 기간 중 가는 곳마다 『고르비』『고르비』(「고르바초프」의 애칭)를 외쳐댄 서독 국민들에 대한 최상의 선물로 화답함으로써 「고르바초프」는 더 이상 과거의 위협적인 크렘린 지도자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치가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주었다.
외신들도 그의 서독방문을 결산하면서「냉전시대의 종식과 신시대의 개막」이라고 까지 평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이번 서독방문 기간 중 소련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서방국가 지도자와 공동 정치선언문을 채택한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베를린 장벽의 철거문제와 서독의 통일가능성에 대해서까지 언급하는 적극적인 화해와 평화 공세를 취한 것은 경제적 실리 차원에서 우선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서방세계에 소련의 평화적 이미지를 확실하게 부각시킴으로써 현재 소련이 추진하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과「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의 사활이 걸린 경제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이번 서독방문 기간 중 평화공세와 함께 서방의 대소 투자와 기술이전 등을 강력히 촉구한 것도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다.
서독의 입장에서도 「고르바초프」의 이 같은 적극적 평화공세가 자국 방문기간 중 이루어지는 것을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달 초 서독에서 열린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40차 정상회담에서「부시」미 대통령이 과감한 군축 안을 내놓은 데 이어 또 다른 초강 대국지도자인「고르바초프」가 같은 장소에서 냉전시대의 종식을 예고함으로써 서독 국민들의 자신감을 한껏 부풀린 결과가 된 것이다.
서독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자이퉁지가『세계 초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이제 서독은 정치적 난쟁이에서 유럽 내에서의 경제적 지위에 걸 맞는 정상적 크기로 성숙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서독으로서는 동독과의 교류확대를 위해서는 소련의 이해가 절대적이다. 서독이 이번 기간 중 이루어진 정치선언을「제2의 동방정책」(오스트폴리틱)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소련을 누그러뜨림으로써 동서독 민족간 화합의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러있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의 서독방문에 따른 즉각적 반응은 이번 주 일요일에 있을 유럽의회 선거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나아가 내년 12월에 실시될 서독 총선에서 야당인 사민당에 대한「콜」수상의 집권 기민당의 대결에 반영될 것이지만 어떻든 이번 방문으로「콜」수상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독 정치인들은 서독과 소련간의 관계 강화는 아직까지 전통적인 공산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독에도 소련 식의 개방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동구정권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서의「마르크스」이데올로기의 붕괴는 결과적으로 양독 국민간의 접촉 폭을 넓히는 힘으로 동독 측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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