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美 장례문화까지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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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의 장례업자 케이스 데이비스는 1980년대 말까지는 '골리앗'이라는 대형 관(棺)을 1년에 한 개 정도 팔았다. 일반 관은 폭이 60cm지만 골리앗은 1백10cm다.

3백kg이 넘는 시신까지 수습할 수 있게 만들다 보니 연결 부위도 튼튼하고 운반 손잡이도 많다.

데이비스는 최근에는 '골리앗'을 한달에 4~5개씩 팔고 있다. 그래서 회사 매출이 해마다 20%씩 성장하고 있다.

전 국민의 20% 정도가 비만이 되다 보니 이들이 사망한 뒤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하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비만자를 위한 대형관은 가격부터 일반 관보다 8백달러~3천달러가 비싸다. 이 관을 운반하는 차량도 다르고 묘지도 넓어야 한다.

한 장례 업자는 "누가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으면 우리는 먼저 몸무게를 묻는다"면서 "가족들은 그런 문제에는 전혀 대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례업자들은 유족들이 분노하지 않도록 "뚱뚱하다"는 표현 대신 "숨진 분이 좀 불편해 보이신다"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 사망자가 생전에 묘지를 사 놓았지만 그 신체에 비해 너무 작아 안장이 불가능한 일이 생겨 뒤늦게 허둥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사망자를 화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비만 미국'의 새 모습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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