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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는 3층까지만” 대구 사우나 건물, 소방점검 결과 어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구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 [연합뉴스]

1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구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 [연합뉴스]

대구 사우나 건물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또다시 다중이용시설 안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2017년 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 이후 대책 마련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7시 10분쯤 불이 난 대구 중구 포정동의 사우나 건물은 지하 2층~지상 7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다. 4층까지는 사우나·콜라텍·식당 등 상가가, 5~7층은 아파트로 107가구 주민들이 거주했다. 불은 4층에 위치한 사우나 남탕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80년 준공된 이 건물은 40년 가까이된 노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방 시설점검과 유지·관리점검에서 별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스프링클러가 1~3층까지만 있고 4층 이상에는 없었지만 지적을 받지 않았다. 박경덕 대구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옛날 건물이다 보니 4층 이상으로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받은 유지·관리 점검에서도 별 이상이 없었다. 2년 마다 받는 유지·관리 점검 대상인 이 건물은 지난해 10월 해당 상가 관리위원회가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유지관리 점검을 받았지만, 문제가 없었다.

다만 상가 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자체적으로 실시한 소방 정밀점검에서는 '불량' 판정을 받았다. 당시 상가 관리위원회는 외부에 의뢰해 소방점검을 했고, 점검 결과 전반적으로 설비가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각각 3개월 뒤 미비한 소방시설을 정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물이 워낙 낡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미루다가 이번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관할 지자체나 소방당국의 안전점검이 형식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구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 [연합뉴스]

1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구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 [연합뉴스]

특히 대구 사우나 건물처럼 노후한 건물들은 유독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입 통로가 비좁고 전기 설비도 낡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미흡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7명이 숨진 서울 도심 고시원 화재 때도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의 열악한 소방시설 설비가 문제점으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고시원 건물은 지은 지 30년이 훨씬 넘어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또 건축 대상에 기타사무소로 등록돼 국가 안전진단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경기도 남양주 찜질방 화재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다중이용시설이나 화재 취약시설의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해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관계 기관에 당부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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