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 다룬 작품 잇달아 무대에 올려|서독연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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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성연극·남성연극이 있는가? 사실상 여성의 미학, 여성적인 연극, 여성들의 대화라고 따로 떼어놓고 얘기할만한 그 무엇이 있는가? 최근 1년간 독일에서는 이상과 같은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있다.
6명의 여류극작가 작품이 나란히 서독 각 주요도시 무대에서 공연되었는데 6개의 작품은 나름대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바바라·브론넨」의 『내가 풀잎을 깨물기 전에』,「엘프라이데·예리넥」의『병(질병)』,「게르린트·라인샤겐」의 『여자 어릿광대』, 「프로오이야·클라이어」의 『「돈·후안」푸닥거리』,「기젤라·폰·비소키」의『서양생활』,「엘프로이데·뮬러」의『여자광부들』이 화제의 연극이다.
『아름다운 여성다움-그것은 공포인가』라고 최근이상 6개의 작품을 읽은 한 연극평론가는 반문했다. 사실상 위의 6편작품들은 아직까지 일반에 익숙한 「여자들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주제, 그것도 무시무시한 내용용 다룬 것들이기 때문이다.
「엘프라이데·예리넥」의 『법』은 흡혈귀 여성을 다룬것이고 「라인샤겐」의『여자 어릿광대』는 죽지않은「에밀리·브론티」(영국 여류작가) 를, 「브론넨」의 『내가 풀잎을 깨물기전에』는 자기 손녀딸의 피를 팔아먹는 지긋지굿한 늙은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모든 작품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남성들은 대부분 투쟁의 대상으로 단역으로 나온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든 파워를 그러잡은 강한 개성을 갖고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편과 자식들 시중으로 신경쇠약이 된 할머니, 자식과 별거하게 되어 눈물짓는 엄마는 적어도 이들 여류 극작가들의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인형의 집』의 「노라」나 그리스 신화속의 「미디어」같은 인물은 없다.
마누라와 자식을 두들겨 패는 가학성 남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 안온한 결혼의 행복따위는 없다. 남편과 아이들·가사가 주는 생활의 압박도 없다. 무대에 등장하는 각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자유이고 적어도 속박을 당한 상태는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이 홀로 사는 여자다.
여류극작가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는 자신이 살아온 세계에서 얻어진 경험과 통찰을 통해 자신에의 이해를 넓히고 여성들의 존재에 대한 정확한 묘사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여성들을 자유로운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들은 종래의 가정으로 국한되던 여성들의 활동영역이 일반사회로 넓어진 발전된 상태에서의 여성의 역할, 자유를 누리기위한 엄청난 인고, 그리고 고독의 문제를 즐겨 다룬다.
자연히 심리적인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다. 결단력과 섬세함등을 갖춘 양성적 성격의 인물이 이상적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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