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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간 문 대통령, 신공항 재검토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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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전시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전시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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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얼굴) 대통령이 13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개 시·도 합의되면 결정 수월 #안되면 총리실 차원서 결정해야” #대통령 “논의 탓에 사업 지연 안돼 #가급적 이른 시일 내 결정하겠다” #대구 “부산, 자기 입장서 과한 해석” #국토부 ‘김해 신공항안’ 변경 주목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참석한 뒤 부산지역 경제인들과 가진 오찬에서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 부산·김해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부산·울산·경남의) 검증 결과를 놓고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만약에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서 검증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김해 신공항은 부산·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와 연관된 문제이므로 그 입장이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어느 쪽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논의하느라 다시 또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신공항과 관련한 입장을 처음 밝힌 것으로, 지역의 합의가 있다면 기존 김해 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 발언 뒤 변성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 부산시가 줄기차게 요구한 김해 신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의 총리실 검증 요구를 받아들이신 것 같다”며 환영했다.

신공항 판도라상자 연 문 대통령 … 부산시 “큰 선물 주셨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앞서 전시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걸을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만드는 ‘압전에너지’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앞서 전시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걸을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만드는 ‘압전에너지’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변 부시장은 “우리가 그동안 해온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아주 의미가 크다”며 “주변 지자체를 설득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김해 신공항 검증단(단장 김정호 국회의원)을 구성해 이달 말까지 계획으로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안을 놓고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 김해공항에 활주로(길이 3.2㎞) 1개와 국제선 청사를 추가로 짓는 김해 신공항 건설사업이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공약한 대로 김해 신공항 건설 대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소음·안전성 등에서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안이 문제가 없다며 올 상반기 중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해 오는 2026년까지 김해 신공항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발언으로 이 같은 국토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시와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대립했던 대구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구시 고위 간부는 “선물이란 표현 등은 부산시가 자기 입장에서 과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이야기는 신중하게 공항 문제를 검토하자는 의미로 안다”며 “부산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듯한데 그건 자꾸 갈등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과 세종시를 스마트시티로 만드는 데 향후 3년간 정부와 민간에서 모두 3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과 세종시를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스마트시티로 조성하는 정부의 목표와 의지는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시의 공공기능 시설이나 편의시설 등에 적용한 미래형 도시다. 지난해 정부는 세종 연동면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세물 머리 지구) 두 곳을 시범 도시로 지정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의 경제 활성화 방안에도 무게를 실었다. 그는 “지난해 말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지원을 위해 7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부품 기업에도 1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부산신항과 김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점을 언급하며 “물류비용과 시간을 줄여 부산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경제현장 투어를 했는데, 여섯 곳 방문 지역 중 부산·경남(PK)을 세 번이나 찾았다. 특히 이날 부산 방문은 지난달 30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으로 PK 여론이 악화된 이후 처음이다.

◆세종·부산 스마트시티 계획 발표=한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세종시 연동면 일원 2741㎡(83만 평)에 조성되는 시범 도시는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스마트시티’가 목표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을 기반 기술로 모빌리티·헬스케어·에너지 등 7대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자율주행 전용 도로가 조성되는데 자율주행차량과 공유 차량만 다닐 수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로봇과 함께 사는 도시로 조성된다. 웨어러블 로봇이 노약자의 이동을 돕고 주차 로봇, 물류 이송 로봇도 등장한다. 재활센터에서는 의료로봇이 환자의 운동 치료를 돕는다.

부산=황선윤 기자, 강태화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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