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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발코니서 관람…태영호 “경호 신경 쓰던 링컨도 발코니서 암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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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한 영상을 편집한 25분 분량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노래 '우리의 국기' 공연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한 영상을 편집한 25분 분량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노래 '우리의 국기' 공연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열린 북한의 제71주년 건군절 기념식과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 형식이 공산 국가들의 일반적 형식에서 유럽 왕조국가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11일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 ‘남북동행포럼’을 통해 의전 형식의 변화를 지적하면서 “이제는 공연 관람형식과 객석구조에서도 ‘공산주의’식을 깨고 유럽식으로 식으로 가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 인민군 창건 71주년을 맞은 8일,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별관에서 진행한 경축공연을 관람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무대 맞은편 2층에 마련된 발코니 귀빈석의 자주색 소파에 앉아 공훈 국가합창단의 공연을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한 영상을 편집한 25분 분량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노래 '우리의 국기' 공연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한 영상을 편집한 25분 분량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노래 '우리의 국기' 공연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건군절 경축공연을 관람하면서 처음으로 당 중앙위원회 본부 별관 극장을 공개했는데, 이를 보면 발코니로 된 유럽식이었다”며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아래 객석에 앉아 있던 군부 지도자들을 내려 보면서 손을 흔들기까지 했는데 이는 영국 왕실 가족들이 로열 앨버트 홀의 발코니에서 관중들에게 손 인사를 하는 장면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등 일반적으로 공산국가들에서는 극장 객석구조가 사회계급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그러므로 극장에 발코니가 있어도 지도자들은 공연 관람시 관중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에서 성장한 김정은으로서는 유럽극장들에서 왕이나 그의 가족들이 일반 관중들과 휩쓸리지 않고 지상에서 공중에 떠 있는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대단히 멋있어 보였던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북 건군절 경축공연 무대에 오른 현송월 [연합뉴스]

북 건군절 경축공연 무대에 오른 현송월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이어 “2015년 장룡식(북한의 지휘자 겸 작곡‧편곡자)이 영국에 왔을 때 로열 앨버트 홀 등 영국의 극장 발코니 구조를 설명해 달라면서 연구하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오래 전부터 김정은은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해보고 싶었던 꿈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공연관람형식과 객석구조에서도 공산주의식을 깨고 유럽식으로 가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유럽민주주의국가들에도 발코니 객석구조를 가진 극장들이 많지만 선거에 의해 지도자가 된 대통령이나 수상들은 민중과 멀어진다는 비난 때문에 발코니를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면서“항상 경호에 신경 쓰면서 특별히 발코니를 이용하던 링컨 대통령은 오히려 발코니에서 암살됐다”고 했다.

한편 태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창건 71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핵보유의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언론들은 김정은이 이번 2월8일 북한군 창건일 행사에 북한군 모든 군단장, 사단장, 여단장들을 불렀다고 보도했다”며 “아무리 중요한 행사라고 해도 전연(적과의 접경지대)지대를 포함한 육해공군의 작전부대 지휘관들이 자리를 비우고 평양에 모이는 것은 군 내부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을 일부러 공개한 것은 모든 부대 지휘관들이 자리를 비우고 평양에 올라와도 핵무기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주변에 각 병종(육군·해군 등 군대의 종류) 사령관들이 다 앉아 있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전략군 사령관 김락겸이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병종 사령관들은 자리를 비워도 되지만 핵미사일을 지휘하는 전략군 사령관은 다른 병종 지휘관들이 자리를 비울 때만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은 정준연(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었던 지난해 건군절 70주년 기념일 때와 달리 올해 건군절에는 열병식을 개최하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일 군 지휘부와 경축공연을 관람하고 인민무력성을 축하 방문, 연설을 하며 군부를 격려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의 관건이 되는 해인 올해에 인민군대가 한몫 단단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핵무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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