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有罪?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중앙일보

입력

"운동화하고 때때옷을 사준다더니 아빠는 왜 안와…"

서울시내 면목동 빈민촌에 사는 김광철 (별명·8) 군은 추석전날밤 엄마에게 매달리며 하는말이었다. 그러나 이틀전에 경찰에 끌려간 남편의사연을 알고있는 광철군의 엄마는 무어라 설명을 못하고 있었다.

26일밤 청량리경찰서 형사실에서 정광수 (30)경사는 절도피의자 광철군의 아빠 김영태씨와 마주앉아 있었다. 김씨는 아들의 추석선물을 사주기 위해 잠깐 실수-. 자전거바퀴 2개를 훔쳐 8백원에 팔고 생각하니 양심에 꺼려 파출소에 자수했다.

담당 정경사는 이사연을 알고나서는 김씨를 재빨리 구속해버린 자신을 원망했다. 추석날 자기딸에게 줄 두켤레의 운동화 이외에 여덟살짜리 사내운동화를 더 샀다. 그리고 꼬마옷도 사가지고 김씨집을 찾아갔다.

"아빠는 볼일이 있어 잠깐 어디갔는데 곧 돌아온단다" 정경사의 위로의 말이었다. 아빠를 잃고 슬픔속에 추석을 맞아야 했던 김씨 가족은 정경사의 선물에 감사의 웃음꽃이 피었다.     [중앙일보 1966년 9월 29일 2면 주사위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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