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묵었던 평양 백화원초대소 소장, 공개처형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9월 17일 평양 백화원초대소 앞에 남측에서 가져온 대통령 전용 방탄차량이 서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9월 17일 평양 백화원초대소 앞에 남측에서 가져온 대통령 전용 방탄차량이 서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묵은 ‘백화원초대소’ 소장이 지난해 12월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공개 처형됐다고 조선일보가 11일 보도했다. 백화원초대소는 북한을 찾는 국빈급 인사의 숙소로 사용되는 영빈관이다.

대북 소식통은 이 매체를 통해 “지난해 10월 노동당 조직지도부 검열 과정에서 백화원초대소장의 비리가 적발됐다”며 “검열 결과 소장 집에서 미화 300만 달러(약 33억원)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초대소에서 근무하는 여성들과의 추문도 죄명에 추가됐다”고 했다.

백화원초대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와 지도부의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 소속이다. 소장은 대좌(대령)급이다. 평양 한 거리에서 이뤄진 백화원초대소장 공개 처형엔 호위사령부와 군 관계자들, 노동당 간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의 비리는 지난해 백화원초대소를 새로 단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측은 지난해 3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한 특별사절단에게 백화원초대소보다 급이 낮은 ‘고방산초대소’를 제공하며 “백화원이 수리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북 소식통은 또 “백화원초대소 수리 비용으로 막대한 금액의 청구서가 올라오자 김정은이 노발대발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공사비 착복이 있었는지 철저히 검열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붙었다”고 전했다.

백화원초대소에 묵었던 역대 대통령들. [연합뉴스]

백화원초대소에 묵었던 역대 대통령들. [연합뉴스]

백화원초대소는 국빈급 인사를 맞이하기 위해 평양 중심인 중구역에서 떨어진 대성구역의 대동강 변에 1983년 세워졌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도 숙소로 사용된 적 있어 남측에는 익숙한 곳이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과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도 이곳에 묵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