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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스몰 딜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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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하노이로 결정된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3일간의 평양 실무협상을 마치고 어제 출국했다. 평양 방문 뒤 서울에 들른 비건 대표는 지난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논의는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그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실무협상이 계속된다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 7일 북한에 대한 적십자사·적신월사의 인도적 지원을 승인했다. 이런 움직임들로 미뤄 회담 준비는 무난히 진행 중인 듯싶다. 북핵 문제는 반드시 무력이 아닌 평화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실무협상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비건은 안 밝혔지만, 북한의 비핵화 및 미국 측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영변 등 북한이 없애겠다고 특정한 핵시설에 대해 신고를 먼저 받고 검증·폐기한 뒤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는 단계적 접근으로 비핵화가 무 자르듯 한순간에 이뤄질 수 없기에 이치에는 틀리지 않는 제안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엔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내실 있는 조치가 합의되고 실현되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상투적인 전술을 쓰려 한다면 절대 넘어가선 안 된다. 예컨대 북한이 영변을 폐쇄한다고 해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영변에는 옛소련이 준 원자로 외에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 그러니 달랑 낡은 원자로만 닫는 것으로 끝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이유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없애고 제재를 풀어 주는 ‘스몰 딜’로 협상을 마무리하려 한다면 이 역시 막아야 한다. 정부는 우리의 안전이 계속 볼모로 잡힐 스몰 딜은 안 된다는 사실을 북·미에 거듭 주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