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귀국한 줄 알았던 한인 모자…백인 남편이 살해 자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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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로 남았던 신원 미상 시신 사건이 DNA 조사를 통해 21년만에 밝혀졌다. [연합뉴스]

장기 미제로 남았던 신원 미상 시신 사건이 DNA 조사를 통해 21년만에 밝혀졌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줄 알았던 한인 모자가 21년 전 백인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6일(현지시간) 경찰이 최신 유전자(DNA) 분석기법을 통해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98년 5월 1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북쪽의 스파튼버그 카운티에서 한인 여성의 시신이, 같은 해 9월 25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미베인의 고속도로변에서 남자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여성의 시신에서는 묶였던 흔적이 나왔고, 사인은 호흡 부족이었다. 남자아이의 시신은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고,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해 모자 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말 경찰관 팀 혼이 최신 유전자 분석기법을 활용해 추적한 결과 남자아이의 신원이 1988년 백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 조모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미국에 머물던 다른 친척들은 이들 모자가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1988년 남자아이 사건을 맡았던 담당자는 친척들로부터 "엄마와 함께 한국에 간 줄 알았다"는 말을 듣고 엄마 조씨도 살해당했을 수 있다고 보고 다른 미제사건들의 유전자 대조작업을 벌인 결과 같은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이 조씨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지난주 교도소에 다른 사건으로 복역 중인 조씨의 남편을 찾아가 이 둘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999년 무장강도 사건으로 수감됐으며 2037년까지 가석방 자격이 없다고 WP는 전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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