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르헨 식량폭동의 배경|현금부족이 폭동 도화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4일 동안 1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 1천여 명이 체포된 아르헨티나 식량폭동에 불을 붙인 것은 현금(은행권)부족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아르헨티나 「알폰신」정부가 최근 10일 간의 은행현금인출 동결령을 내림에 따라 전국적으로 개개인 국민들이 현금부족으로 식품을 구입할 수 없고 외상대금마저 지불할 수 없어 당장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알폰신」정부는 아르헨티나화폐 아우스트랄의 가치안정과 인플레 억제를 위해 각 은행에서 1백 달러 이상의 현금인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일반 상점은 물론 기업들까지도 자금부족으로 경영중단 상태에 빠지게 되고 노동자들도 잇달아 임금을 받지 못해 현금부족은 악순환을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큰 슈퍼마켓에 현금차용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그마저 차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아예 문을 닫았다.
아르헨티나 식량폭동은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데 따른 반사적 결과로 식품점 등에 대한 약탈로 나타났다.
이 같은 폭동은 이미 3개월 전부터 수차례 예견됐었다.
지난 83년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등장한 「알폰신」 정부는 지난 5년 간 잇단 경제정책 실패로 극심한 인플레를 유발, 국민생활은 나날이 바닥으로 내리 치달았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지난 4월 33.4%였던 인플레 율이 지난 5월 70%에 이르렀으며 최근 몇 개월 동안 최고 월 1백%에 이르는 최악의 상태에 놓였다.
이 같은 인플레는 지난 83년 12월을 기준으로해 월평균임금 40달러인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지난 1월 65%에서 현재 35%로 5년 간 3분의1로 격감하는 등 저소득층에 특히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극심한 인플레에 따라 월간 이자율이 3백%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태로 발전했으며 대 달러 환율도 지난 3월 1달러에 33 아우스트랄하던 것이 5월 6배가 넘는 2백 아우스트랄에 이르렀다.
이 같은 아우스트랄화의 가치폭락은 물가의 폭등을 유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지고 또 인플레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냈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대외신용도마저 떨어짐에 따라 「알폰신」정부는 국내외에서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알폰신」의 정치적 신뢰 추락은 지난 5월14일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인 페론당의 「메넴」후보의 승리로 이어졌다.
노동자생활 안정 정책을 앞세운「메넴」후보 승리와 동시에 외화부족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4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가 이웃 우루과이로 유출되는 등 설상가상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알폰신」은 이번 식량폭동이 좌익계열의 사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 트로츠키 노동당의 「호르헤· 알타미라」 당수를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알폰신」 정부의 좌파연루설을 믿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오히려 「알폰신」의 지난 5년 간 경제정책을 현실과 동떨어진, 실제적 조치보다 이론적 논쟁에만 치우친 실패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진창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