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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휴대폰 전면허용 앞두고···초소 앞 '치킨 셀카'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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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사들이 부대 인근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병사들이 부대 인근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올해 상반기 중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할 계획인 가운데 군 외부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나왔다. 경계근무 중인 것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치킨을 들고 셀카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4일 군인 관련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인 ‘군대나무숲’에는 “요즘 군대 초소에서 치킨이랑 셀카 찍나요”라는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는데 사진이길래 보니까 이렇다”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군복을 입고 있는 남성 두 명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치킨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만 이 사진이 제보자 주장대로 최근 촬영된 사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은 올라온 후 이 페이스북 내에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5일 오전 기준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1만개를 넘어섰다. ‘장병 일과시간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허용이 백지화될까 우려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것으로 보이는 남성들은 대부분 이런 행동을 질타했다. “일부의 규정 위반으로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서 군복을 입고 있는 한 남성은 “그동안 편하게 군 생활했는데 조만간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되겠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직한 군인이 피해를 본다”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휴대전화를 못 쓰게 되는 거 아니냐” 등과 같은 의견이 뒤따랐다.

군 복무 중인 남자친구를 걱정하는 ‘곰신’(군에 입대한 남자친구를 둔 여성을 뜻하는 ‘고무신’의 준말)들의 걱정도 이어졌다. 이들은 “남자친구가 곧 휴대전화를 써야 하는데 이런 거로 문제가 돼서 안타깝다” “밖이나 안에서 연락하려고 휴대전화 사용 가능한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렇게 행동해버리니 답이 없다” “남자친구 휴대전화 쓸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화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게시글을 보고 민원을 제기한 네티즌도 등장했다. 4일 한 네티즌은 “군인 경계근무 해이를 신고한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이 네티즌은 “경계근무 중 휴대전화로 치킨 인증한 미꾸라지 신고를 완료했다”고 했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제도를 없앨 필요는 없다” “일부 잘못으로 단체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처벌을 강화하면 그만이다”와 같은 의견도 있었다.

한편 군은 지난해부터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 운영 중이다. 전면 시행시기는 상반기 중 결정될 예정이다.

휴대전화 사용 시간은 평일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휴무일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로 제한된다. 휴대전화는 보안 취약구역을 제외한 전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부대별 실정을 고려해 통합 또는 개인적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휴대전화 촬영과 녹음기능은 통제한다.

가장 우려가 큰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으로 인한 보안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방부는 촬영 기능을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시스템을 3월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카메라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을 쓴다.

또한 ‘병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과 ‘군장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 관한 훈령’을 만들고, ‘국방보안업무훈령’과 ‘군인·군무원 징계업무 훈령’ 개정을 진행해 보안사고 우려를 불식한다는 방침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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