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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들고 그릴 힘 없어서, 마티스가 새롭게 시도한 작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58)

『노인은 없다』
마크 아그로닌 지음·신동숙 옮김 / 한스미디어 / 1만5800원

노인은 없다

노인은 없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십이지장암 수술을 받은 후 다시 이젤 앞서 서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병환으로 침대에 누워 생활하면서 종이를 오려 캔버스에 배치하는 ‘종이 오리기’ 작업을 시작했다.

기적적으로 회생한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다시 예술혼을 불태웠고, 이는 새로운 화풍으로 탄생했다. 그전에 없던 독특한 개성을 지닌 그의 그림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로 나이 듦의 가치를 표현했다.

『노인은 없다』의 저자 마크 아그로닌 박사는 미국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과 두뇌는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고 퇴보하지만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며, 어떤 측면으로 오히려 개선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노년에 생기는 강점으로 저자는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을 꼽는다. 인간의 두뇌는 30대 초반부터 손상되기 시작해 60세 이후로는 손상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인간의 두뇌는 질병이나 장애가 발생하더라고 계속해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에 해당하는 ‘비축분’을 만들어 두는데 이게 새로운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 노년의 ‘지혜’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나이가 들수록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기초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회복탄력성도 증가한다. 노년에는 젊을 때보다 충동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고, 유연해진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며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다. 창의성은 화가 앙리 마티스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저자는 나이 듦의 장점을 역설하며, 노년의 삶에도 나름의 구조적인 성장과 긍정적인 발달이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년기야말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골목길 카프카』
고원영 글·사진 / 한스하우스 / 1만5000원

골목길 카프카

골목길 카프카

‘어떤 베이비부머의 유년시절’이라는 부제가 붙은 『골목길 카프카』는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야기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징이랄 수 있는 58년 개띠인 저자가 카메라를 메고 4년간 서울의 골목길을 답사하며 우리 시대의 숨을 행복을 찾아다녔다.

고도 경제 성장이 개인의 성공이나 행복으로 연결되리란 믿음이 컸던 시대를 온전히 살아냈지만, 오히려 행복은 멀어진 느낌이다. 그 옛날 가난했던 골목길에서도 행복은 있었는데 무심코 지나쳐버린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베이비부머의 현재가 성실하게 노동해야만 바라는 것을 얻으리란 지난 시절의 믿음에 배반당한 나날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우리 모두를 망쳤다고. 우리는 이미 과거의 골목길에서 충분히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굳이 행복해지려고 애쓰지 말자. 우리는 이미 과거의 골목길에서 충분히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오래된 골목길을 걸으며 처음에는 방황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욕심을 놓아버린 선사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며, 어떤 과거와도 화해할 수 있다. 심지어는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란 희망과 용기도 생긴다. 분명히 내게는 그랬으니, 당신도 한번 골목길을 걸어보라.” (닫는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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