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집에서 함께 잘래요?" 나이 든 여성의 깜짝 제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56)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1만3000원

밤에 우리 영혼은

밤에 우리 영혼은

우리는 가끔 노년의 삶을 상상한다. 대부분 걱정이다. 노후자금은 어떻게 할까, 혼자여도 괜찮을까, 외롭지 않을까 하고. 꿈을 꾸기도 한다. 다시 한번 뜨거운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라기도 하고, 로맨스는 아니어도 함께 늙어갈 수 있는 편한 이성 친구 정도는 생겼으면 좋겠다고.

『밤에 우리 영혼』은 가상의 마을인 홀트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70대의 남녀주인공인 애디 무어(여자 주인공)와 루이스 워터스(남자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두 사람은 이 마을에 40년이 넘게 살았고, 이미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와 사별한 채 혼자 지낸 지 오래됐다. 자식들 역시 다 커서 독립해서 살고 있다. 둘은 40년을 한마을에서 지냈지만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다.

책은 ‘그러던 어느 날 애디 무어는 루이스 워터스를 만나러 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 생략한 채.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애디는 루이스에게 깜짝 놀랄 제안을 한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냐고 말이다.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에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중략)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9쪽)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의 한 장면. 애디는 루이스에게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냐고 제안했다. 루이스는 애디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당황스러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남들 시선이 신경쓰여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다녔다. [중앙포토]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의 한 장면. 애디는 루이스에게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냐고 제안했다. 루이스는 애디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당황스러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남들 시선이 신경쓰여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다녔다. [중앙포토]

루이스는 애디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당황스럽지만 싫진 않다. 그래도 여전히 남들 시선이 신경 쓰인다. 다 늙은 노인들이 뭐하는 짓이냐며 입방아에 오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뒷마당에 들어가 뒷문을 두드렸다. 사람들 눈에 덜 띌 것 같아서 뒷문으로 왔다고 말하는 루이스에게 애디가 말한다.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13쪽)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내기 시작한다. 둘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사별한 전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 자녀 이야기, 서로가 기억하는 서로의 젊은 시절의 모습들.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편안해지고 이야기는 깊어진다. 두 사람은 당당히 카페 데이트도 즐기기 시작한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의 한 장면. 처음엔 남들 시선이 신경쓰여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 뒷문으로 다니기도 했던 루이스는 어느새 애디와 함께 당당히 카페 데이트도 즐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만 루이스는 이제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일은 안 한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의 한 장면. 처음엔 남들 시선이 신경쓰여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 뒷문으로 다니기도 했던 루이스는 어느새 애디와 함께 당당히 카페 데이트도 즐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만 루이스는 이제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일은 안 한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예상대로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댄다. 이런 소문이 자식들의 귀에도 들어간다. 득달같이 달려와 대체 뭐 하는 거냐, 돌아가신 엄마가 뭐라 하겠냐, 남부끄럽지 않냐며 따져 묻는 딸에게 루이스는 그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스스로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알고 봤더니 온통 말라죽은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중략) 나는 이제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일) 안 한다. 그걸 배웠지. 그녀한테서.”(59쪽)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다운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나답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고 말이다. 책의 많은 부분이 두 사람의 대화로 채워진다. 이 이야기가 영상으로 담기면 어떨까 상상하게 되는데, 책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더가 주연을 맡았다. 요즘처럼 춥고, 긴 밤 이런 이야기라면 충분히 따뜻한 밤을 맞이할 수 있겠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