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발 관치금융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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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상당수의 시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부동산값 하락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권고 사항'이라지만 이런 주문을 묵살할 배짱 좋은 금융기관은 없다. 이미 대출 증가분이 금감원의 권고 기준을 넘어선 은행들은 알아서 신규 대출을 틀어막고 있다.

이번 조치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금융기관들의 대출 경쟁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3.30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은행 담보대출이 매달 3조원이나 급증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대출총량제나 다름없는 이번 조치는 그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이제 주택 실수요자들은 높은 이자를 무릅쓰고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조치가 실제로는 당장 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만 잡고 있는 형국이다.

금감원의 경고대로 은행들이 위기를 느꼈을 때는 이미 늦다. 그러나 아무리 다급해도 은행 창구를 무차별적으로 틀어막아선 안 된다. 대출총량제에 앞서 그동안 변칙적으로 운용해 온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감독부터 강화해야 할 것이다. 투기꾼과 주택 실수요자를 가리는 기준을 보다 엄격히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대출총량제는 마지막에 동원돼야 할 극약처방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올바른 순서가 무엇인지 금감원이 다시 생각해 보길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