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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보호하라 … 하나가 수억 … 삼엄한 경비 속 무진동 차량 운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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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일 오전 10시30분 예술의전당 음악당 야외 주차장에 대형 트럭 두 대가 도착했다. 이날 저녁 무대에 서는 NHK 교향악단의 악기를 가득 실은 화물차다. 잠시 후 NHK 교향악단 무대감독 다도 아키히토, 주최 측인 금호문화재단 음악사업팀 전광현씨, 신한종합물류 김규호 공연사업팀장이 입회한 가운데 악기 박스들이 하나씩 음악당으로 옮겨졌다.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는 생명이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경우 수억원대 명품이 즐비하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이삿짐 옮기기는 예삿일이 아니다. NHK 교향악단으로 내한한 단원은 모두 79명. 스태프 11명. 그중 악장(樂長) 호리 마사푸미를 포함한 25명은 개인 수하물로 악기를 들고왔다. 바이올린.비올라.오보에.클라리넷.호른.트럼펫.트럼본 등 몸집이 그리 크지 않은 악기들이다. 악장이 직접 들고온 바이올린은 1723년산 스트라디바리로 1억1000만엔(약 9억원)짜리.

나머지 54명은 화물로 부쳤다. 화물로 온 악기 중 가장 비싼 것은 이탈리아산 코스타 콘트라베이스로 6000만엔(약 5억원)을 호가한다. 첼로는 5000만엔(약 4억3000만원)짜리 체루티가 가장 비쌌다. 화물의 액면 가격만 7억5715만엔(약 68억원). 화물은 김포공항에 도착해 창고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삼엄한 경비 속에 예술의전당에 도착했다. 연주복과 무대용 구두 각 110벌, 콘트라베이스용 의자 8개, 지휘자용 보면대와 지휘대, 악보도 화물로 도착했다.

1990년에 해외공연물 운송 전문업체로 출발한 신한종합물류는 지금까지 런던 필하모닉,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몬트리올 심포니, 뮌헨 필하모닉 등 유명 교향악단의 악기는 물론 볼쇼이 발레단, 키로프 발레단, 뮤지컬'미스 사이공''십계'의 무대 세트를 옮겨왔다. 대개 오케스트라 악기는 항공편, 무대 세트는 해운편으로 온다. 바이올린의 경우 작지만 항공화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바이올린 8개를 한꺼번에 넣는 대형 전용 박스가 사용된다.

악기 운송의 핵심은 정확성과 안전성. 전용 트럭은 1000만 원을 들여 무진동 차량으로 개조해야 한다. 악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급제동과 사고를 막기 위해 고속도로에서도 시속 60~70㎞로 달린다. 옮기는 이의 정성도 필수다. 신한종합물류 서용호(60)회장은 웬만한 공연은 빼놓지 않고 보는 클래식 매니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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