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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부터 김경수까지···다시 주목받는 '안이박김' 저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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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선고 전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선고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이동하는 김 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30일 선고 전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선고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이동하는 김 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김은 누군가. 그런 맥락에서 도지사가 된 후 압수수색을 받지 않았나. 소회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인생무상을 느낀다”고 답했다.

당시 조 의원의 ‘안이박김’ 발언은 정치권에서 큰 화제를 뿌렸는데, 특히 ‘김’이 누구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결국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안이박김’의 마지막 퍼즐이 풀린 셈이 됐다.

이처럼 불과 1년전만 해도 전도 유망하던 여권의 차기후보들이 줄줄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자칫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황태자로 여겨지는 김 지사는 참신하고 젊은 이미지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1~25일 전국 성인남녀 25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지사는 6.7%의 지지율로 여권 내에선 이낙연 국무총리(15.3%)와 이재명 경기지사(7.8%), 박원순 서울시장(7.2%)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김 지사에겐 단순히 수치 이상의 지지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문파’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아왔다.

2017년 5월 9일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국회로 출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차량에 김경수 지사가 동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2017년 5월 9일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국회로 출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차량에 김경수 지사가 동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과도 수시로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2017년 5월 대선 당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문 대통령의 차량에 동승한 유일한 정치인이 김 지사였다. 여의도에선 초선임에도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다.

지난해 지방선거는 짧은 김 지사의 정치 경력의 하이라이트였다. 기본 구도가 여권에 불리한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선거의 달인’이라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누르고 당선됐고, 곧바로 유력한 차기 후보군에 합류했다.

당선 후에도 정권 실세로서의 실력을 발휘했다. 오랜 갈등과 논의 끝에 박근혜 정부 때 결정된 김해 신공항 사업에 대해 김 지사는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과 함께 “안전 이슈와 소음 쟁점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백지화하라”고 어깃장을 놨다. 구속 전날인 29일 발표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서는 자신의 1호 공약이자 사업비 4조7000억원인 거제와 김천을 잇는 남북내륙철도 사업의 예타 면제를 따냈다.

그러나 이날 구속으로 블루칩으로 꼽히던 그의 장래는 불투명해졌다.

‘안이박김’의 잔혹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시작됐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수행비서의 폭로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지사직을 내려놓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검찰은 성범죄 혐의로 4년을 구형했지만 1심에선 무죄 판결이 나왔다. 2월 1일 2심 선거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법원의 판단과는 무관하게 안 전 지사는 정치적으로 재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현재 안 전 지사는 경기도 모처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2017년 12월 29일, 고(故) 김근태 6주기 추도식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2017년 12월 29일, 고(故) 김근태 6주기 추도식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안 전 지사와 함께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이재명 경기지사도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과거 문 대통령을 비하한 글을 올린 트위터 계정 ‘@08__hkkim’의 소유자가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달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밖에 여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친형 강제입원 의혹은 재판으로까지 이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가 정부의 제동에 걸려 스타일을 구겼다. 박 시장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와 용산을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해 해당 지역의 집값을 들썩이게 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국토해양부와 마찰을 빚은 끝에 관련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최근에는 광화문 광장을 차기 대선 직전인 2021년까지 재구조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시 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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