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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실력 나오는것" 이재용의 선택은 '비메모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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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수장들을 앞에 두고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요."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이 주춤하는 양상에 대해 우려하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은 "좋진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회동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이제 진짜 실력” 발언의 진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30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초대하면서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삼성 화성 사업장을 찾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직접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삼성 화성 사업장을 찾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직접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년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하겠다" 현장 PT서 밝히기도 

이날 이 부회장은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현황 등을 설명했다. 그는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겠다"며 "위기는 항상 있었지만, 이유를 밖에서 찾기보다는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반드시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프레젠테이션(PT)을 맡은 삼성 직원은 "2030년까지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는 질적으로 다른 분야다. PC의 중앙처리장치(CPU)부터 시작해 최근 모바일 시대에선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프로세서(AP), 스마트폰 카메라에 삽입되는 이미지 센서 등을 포함한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JY, 2019년 1월 한 달에만 비메모리 4차례 언급

올해 들어서 이 부회장은 한 달 새 4차례나 비메모리를 언급했다. 지난 4일 기흥 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반도체 설계) 등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고, 일주일 뒤인 11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나선 “5G나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성장산업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문 대통령이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 진출은 어떤가”라고 물었을 때는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계획대로 삼성전자는 ▶모바일AP·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확대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분야 추격 등 비메모리 분야 성장 전략을 세운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모바일 AP시장에서 삼성(11.7%)은 미국 업체인 퀄컴·애플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샌드위치로 껴 있다. 마침 이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은 우리 책임인만큼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도 이날 밝혔다. 모바일AP 설계 등 비메모리 고부가가치 인재 육성 등을 통해 현재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를 우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회동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30일 오후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30일 오후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영표 원내대표가 삼성전자를 찾은 이날 이낙연 총리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다. 이 총리는 지난 1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수소연료차, 전기차, 고성능차 등 현대차의 각종 기술력이 집약돼 있는 곳이다.

특히 이 총리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현대의 수소연료전기차(FCEV) '넥쏘'를 타고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당과 정부, 청와대가 재계와의 접촉면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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