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교육보고 있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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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교직원노조결성을 극구 저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지 불법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스승공경의 미풍에 어긋나고 학생들에게 교육적 손실을 입힐까 우려해서인가.
아니다. 온갖 구실 뒤에 감춘 의도는 단 하나, 민족백년대계인 교육을 정권의 유지수단으로 독점하기 위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목걱으로 역대 독재정권은 헌법에 보장을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법령을 만들어, 보편적 진리와 역사적 진실을 가르쳐 학생들을 겨레의 동량으로 키워야 할 이 땅의「스승」들을 정권의 말단관료로 전락시키지 않았던가.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로 자랑하기에는 부끄러운 교육환경 속에서 조각 지식을 맹목적으로 암기하기만을 강요 받고 있는 입시지옥의 학생들이 겪는 학습 손실은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비를 부담하면서도 이렇다 할 교육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교육권은 누가 지킬 것인가. 우리 교사들이 예상되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교직원노조 결성에 나설 수밖에 없는 까닭은 잘못된 교육 현실 속에서 유린되는 교사·학생·학부모의 교육주체로서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살아 숨쉬는 교육, 진정한 교육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교원노조는 결성되어야 한다. <서울수대부고교사·전교협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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