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한번 안 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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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과일주스와 우유는 상당히 좋은 평이나 메인 디시는 메뉴판에는 가지 수도 많고 그럴듯 했지만 주문하면 없는 것 투성이었다.
보통 콤바사라고 부르는 러시아식 스모크햄과 국수를 곁들인 고기요리, 오이등의 샐러드가 가장 그럴 듯 했다.
그러나 고기는 질긴 편이고 음식은 전반적으로 짜가나 달았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싶을 때는 자신의 쿠페에서 자기가 가져온 술을 마실 수는 있으나 열차 내에서는 판매하지 않았다.
술은 식당차에서도 마실수 없고, 규정이 엄격해 담배도 흡연장소 이외에서 피울 경우에는 승무원으로부터 심한 호통읕 듣게된다.
취재진이 무료함을 달래느라 위스키잔을 돌리는 것을 보고 지나던 소련 불청객이 불쑥 찾아들어 「한잔」달라는 일도 있었다.
단조로움속에서 그나마 마주치는 승객들과의 대화가 위안거리였다. 그중 영국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큰마음 먹고 이 열차를 탔다는「스티브」(25) 라는 미국청년은『처음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고 지루하고 낭만도 없다』며 비행기를 탈 걸 잘못했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래선지 요즈음은 횡단열차의 전구간을 이용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
변화 없이 넓게 펼쳐진 평원만을 보면서라도 굳이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재주가 있으면 모르되 1주일이 넘게 걸리는 기간을 열차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시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고통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비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해 싸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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