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트레이너인 동생, 고등학생 집단 폭행으로 의식 잃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오전 3시쯤 대구 동성로에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 현장. [사진 피해자 가족 제공]

지난 19일 오전 3시쯤 대구 동성로에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 현장. [사진 피해자 가족 제공]

대구 동성로에서 고등학생 6명이 20대 남성을 의식을 잃을 때까지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의식 잃었는데도 축구공 차듯이 계속 차 #대구 중부경찰서, 가해 학생 6명 입건 #"야간에 집단폭행…엄정 처벌할 것"

지난 28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구 미성년자 집단 폭행사건입니다. 꼭 좀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폭행 피해자인 A씨(19)의 가족은 청원글에서 "동생이 싸움을 말리려다가 시내 한복판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며 "폐쇄회로(CC)TV를 보니 동생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려졌는데도 가해자들은 잔인하게 폭행을 즐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일 오전 2시30분쯤 친구 5명과 동성로에서 술을 한잔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길을 가다 A씨가 어묵을 먹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일행 중 한 명이 고등학생 무리 6명 중 한 명과 어깨가 부딪혔다. 서로 사과하라며 시비가 일자 이를 목격한 A씨가 다가가 중간에서 말렸다. 학생들은 갑자기 옷을 던지며 말리던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고 6명이 동시에 A씨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주먹으로 때렸다.

A씨의 가족은 "제 동생은 헬스트레이너이고 건장한 20대 남자인데 눈, 치아, 갈비뼈가 다 나갈 때까지 맞았다"며 "당시 현장에 있던 제보자들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미 의식을 잃은 동생의 얼굴을 축구공 차듯이 계속 찼다더라"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의식은 돌아왔으나 갈비뼈 골절과 눈 골절상으로 전체적으로 몸에 붓기가 심해 당장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다. 당시 충격으로 경찰에 진술도 어렵다.

A씨의 가족은 "사건이 벌어진 후에도 가해 학생들은 문신을 하고 술을 마시는 등의 사진을 SNS에 올린 걸 봤다"며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죄의식조차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라고 소년법을 적용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9일 오전 3시쯤 대구 동성로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사진은 다친 피해 남성. [사진 피해자 가족 제공]

지난 19일 오전 3시쯤 대구 동성로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사진은 다친 피해 남성. [사진 피해자 가족 제공]

대구 중부경찰서는 사건 접수 직후 현장 주변 CCTV 10여 대를 확인해 범행장면과 용의자들의 인상착의, 목격자 등을 확보했다. 현재 가해 학생 6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6명 중 1명만 고등학생이고 나머지 5명은 만 16~18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일부 학생은 폭행 전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모두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김재달 대구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은 "가해자들이 미성년자지만 형사처분이 불가능한 소년법 적용대상은 아니다"며 "야간인 데다 2인 이상의 집단폭행으로 엄중히 처벌할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만 14세 이상은 형사처분이 가능하다. 또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는 야간 혹은 2인 이상의 집단 폭행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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