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밭을 안고 있는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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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수영(1967 ~ ) '밭을 안고 있는 집' 전문

햇살이 따가운 허물어진 토담

굽은 어깨로 밭을 안고 있는 집

잘 갈아진 찰진 흙의 몸내

가만히 귀 기울이면

나직이 호밋소리 들리고

꿈틀대는 밭이랑의 할머니 곁

흙더민가 했더니

가만히 고개 드는 흙빛 강아지



돌아가신 선배 시인과 동명이인인 이 시인은 30대 중반인 모양인데 친구에게 빌려 읽은 시집에서 이 집을 반갑게 만났다. 설명이 필요없게 쉽게 읽히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시. 그러나 '고개드는 흙빛 강아지'를 보면서 잠시 화들짝 놀랐고 잠시 미소를 머금게한 조용한 시.

마종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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