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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때문에 한국 미세먼지 극심? 중국 현지 가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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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짙은 스모그가 베이징 시내를 뒤덮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짙은 스모그가 베이징 시내를 뒤덮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오염 기업 단속에 열을 올리던 중국 정부의 칼끝이 무뎌졌다는 소문이 지난해 가을부터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전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얘기였다.

[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④미국과의 무역전쟁 탓에 중국 미세먼지 오염 심해졌나?

중국의 오염 배출이 늘어나면 한국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중앙일보 취재팀이 팩트체크를 위해 중국 현지 취재에 나섰다.

2017년 가을보다 오염 심해져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오후 5시를 전후한 시간인데도 스모그 탓에 뿌옇게 변해 버린 거리를 차량들이 전조등을 켠 채 달리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오후 5시를 전후한 시간인데도 스모그 탓에 뿌옇게 변해 버린 거리를 차량들이 전조등을 켠 채 달리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하순 중국 베이징과 산둥성 칭다오. 중국 시민들이나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전보다 오염이 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중국 생태환경부 발표에서도 오염 악화는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4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2017년 10월의 57㎍보다 22.8%가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73㎍/㎥로 2017년 11월 46㎍/㎥에 비해 60.9%나 악화했다.

오염도

오염도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지난해 10~11월 중국 북부지방의 스모그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심해졌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경우 10~11월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0% 높아졌다는 것이다.

북부 28개 도시에서도 2017년 10~11월보다 평균 4% 높아졌다.
2017년보다 3% 감축하는 것이 2018년 목표인데, 오히려 오염이 심해진 것이다.

물론 2018년 전체로 보면 2017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2017년 58㎍/㎥에서 지난해 51㎍/㎥으로 개선됐다.

감축목표 낮춘 게 우려 낳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에 위치한 칭다오 특수강. 스모그가 낀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공장 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에 위치한 칭다오 특수강. 스모그가 낀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공장 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이런 결과가 나오자 당장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이에 따라 공기 질 개선 속도를 늦추는 게 현실로 나타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 이런 우려는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초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겨울철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 줄이는 내용으로 감축 계획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10월에는 3%를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낮췄다.
지난 2017년 가을에 전년도 대비 15%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운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더욱이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장(장관급)은 지난해 10월 한 콘퍼런스에서 “경제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경제 구조 조정도 느리게 진행되면서 환경정책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리 부장은  또 “앞으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는 행위를 금하고, 담당자들은 각기 다른 부문과 지역에서 오염단속 정책을 펼칠 때 재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며 “기업의 합법적인 권리를 해치거나 인민에게 불편을 초래해 당과 정부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경제활동을 좀 더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이 같은 발언 때문에 미세먼지 단속에 고삐가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중국 생태환경부는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말 류여우빈(劉友賓)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초미세먼지 감축 목표는 현재의 산업, 에너지 구조와 대기 질 개선 과정을 근거로 정한 것”이라며 “3%를 감축하는 이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도했던 단속 정상화한 것"

중국 그린피스의 황웨이 캠페이너가 베이징 대기오염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중국 그린피스의 황웨이 캠페이너가 베이징 대기오염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한국 환경부 관계자는 “2017년 중국 정부가 엄청나게 단속을 강화하면서 ‘너무 환경 쪽으로 갔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왔고, 지난해에도 반대가 많아 감축 목표를 3%로 낮춘 것”이라며 “더 많이 배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은 하지만 그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13~2017년 5개년 대기오염 개선 행동계획의 마지막 해였던 2017년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과도하게 단속을 펼쳤는데, 지난해부터는 합리적인 단속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청결 공기산업연맹(BCAA)의 시홍싱(解洪興) 주임은 “이번 겨울 오염 수준이 2017년에 비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환경정책이 과학적,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에는 스모그가 발생하면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오염시키는 공장만 가동을 중단시키고, 오염이 덜한 곳은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 그린피스의 미세먼지 캠페인 담당자인 황웨이(黃薇)도 “지난해에는 철강업체의 경우 무조건 50% 감산하라는 등 단속에 문제가 많았는데, 올해는 기준을 준수하는 업체는 정상적으로 가동하도록 하는 등 정부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5개년 행동계획의 마지막 해인 2017년 겨울보다는 이번 겨울 들어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해진 것은 사실인 셈이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도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로 인해 그동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밀어 붙여왔던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2030년까지 환경기준 달성"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징산 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 짙은 스모그 탓에 자금성 전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징산 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 짙은 스모그 탓에 자금성 전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국가 환경기준치인 35㎍/㎥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칭화대 교수 등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배출 규제를 최대한 강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다면,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10년 대비 31% 증가하는 선에서 묶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미세먼지 배출량도 2013년 대비 최대 68%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과학원의 한 전문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산업이 철강 등 굴뚝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어 앞으로 경제가 발전해도 에너지 소비는 과거 추세 만큼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중국도 앞으로가 문제”라며 “오염도 수준이 높을 때는 정책 시행에 따라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만, 한국이 최근 미세먼지 줄이기에 애를 먹는 것처럼 중국도 어느 정도 개선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선을 이루고자 할 때는 훨씬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술을 도입하고, 세밀한 노력이 들어가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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