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 아람코에 매각…아람코 2대 주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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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등극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와 1조 8000억원에 이르는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서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 가치를 3만6000원으로 보고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율은 91.13%로, 아람코의 인수가 이뤄지면 71%로 낮아진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현대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일부를 Pre-IPO 방식으로 넘기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람코의 투자로 마련한 자금은 신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의 실제 계약은 이르면 2월 중 각사가 이사회를 열어 의결할 예정이다.

아람코는 국내에 에쓰오일 자회사로 두고 있어 국내 정유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국내 정유사 중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고도화율이 가장 높은(40.6%) 현대오일뱅크에 투자한 것은 국내에서 현대오일뱅크의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15년 아람코는 현대중공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작 조선소, 합작 선박용 엔진 관련 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대중공업과의 관계도 끈끈하다"며 "높은 국내 정유 산업 이해도와 현대중공업과의 가까운 관계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라고 말했다.

아람코에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는 연기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상장으로 재원을 확보하려 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로 회계감리가 강화됐고, 지난해 8월 자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회계처리 관련 문제가 지적된 것이 작용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으로 IPO를 추진해왔지만 감리 기간이 길어져 올해까지 넘어왔다"며 "아람코 측과 이번 투자 관련 논의는 지난해 말부터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국내 정유업계에 대한 외국 정유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지분 63.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GS칼텍스의 지분 40%는 미국 셰브런홀딩스가 갖고 있다. 외국 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하지 않은 국내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뿐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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